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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도원을 보면서’(기행문)

충청효교육원교수 /김 경 회

편집부 | 기사입력 2018/10/19 [13:37]

‘무릉도원을 보면서’(기행문)

충청효교육원교수 /김 경 회

편집부 | 입력 : 2018/10/19 [13:37]

 

▲     © 편집부

얼마전 산수비경 이랄 수 있는 중국의 장가계를 유람하였다.

 

이름 그대로 중국의 역사에서 진나라를 멸망시킨 한나라 고조 유방(乳房)의 토사구팽이 두려워서 삼십육계를 놓아 숨어 살았다는 장량(裝良)의 후손들이 집성촌을 이루어 살고 있다는 전설의 고장이다.

 

중국의 전원시인 도연명(陶沿明)이 겨우 찾아낸 천하비경이 바로 무릉도원경이었다. 

그야말로 필설로는 다 말할 수 없는 수 만폭의 동양화 절경은 감탄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장가계에 와 보지 않고 서야 백세를 산들 어찌 늙었다고 말할 수 있었겠는가? 人生不到 障家界 百歲技能 稱老翁(인생부도 장가계 백세기능 칭노옹) 이란 말은 이곳만은 죽기 전에 꼭 한번 보아라! 라는 큰 돌에 새겨진 뜻 깊은 말 같아서 다시 한 번 그 말의 의미를 반추해 본다.

 

이 무릉도원 장가계 관광의 시발지인 활기 넘치는 무릉원에 도착하자마자 맨 먼저 사람의 넋을 혼란하게 만든 것은 보봉호(藵奉湖) 호수에서의 뱃놀이였다. 보봉호는 순전히 인공호수로서 두세 군데 산봉사이의 계곡에 높은 둑을 쌓아서 물을 가두어 인공폭포도 만들고 깊고 넒은 호수도 만들어, 운치 있고 느긋한 뱃놀이부터 장가계 관광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하여 조성한 훌륭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호수 빛은 하늘과 산봉과 물이 합쳐져서 만든 짙은 비취색이라

 

네스호의 괴물과 같은 것이라도 나타날까 했었는데, 정반대로 호수가에 매달아 놓은 자그마한 거룻배에서 아리따운 이 지방 토가족 아가씨가 커튼을 열고 나타나, 독특한 중국식 음색으로 구슬픈 노래를 몇 곡 들려주었다. 그 노랫소리는 관광객들의 여정(旅情)을 사로잡으며, 詩정을 유발시키고도 남았다.

 

지금도 그 음색은 필자의 귓전에 간지럽게 남아 있다. 

또한 장량이 이곳에 와서 숨어 지낼 때 그 선생의 이름을 딴 황석채를 보는 것 너무나 아름다웠다.

 

평지에서 위로 올려만 보다가 1000여 미터 높이의 황석채에 케이블카를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가 장가계의 만봉절경을 내려다보니 그 전경 한마디로 살인적이라고 할까? 좌우간 미쳐버리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장가계를 뒤로하고 토가족 아가씨의 발 맛사지를 희미한 불빛의 독방에서 받았는데 육체적 피로회복의 효과는 어쩐지 모르지만 꿈같이 보낸 장가계 관광의 만족감 다량의 앤돌핀 분비로 인한 현혹감(眩惑感) 때문에 발 뿐 아니라 허벅지까지 주무르는 아가씨의 손을 끌어당길 부정한 유혹도 일어나지 않았다.

 

단 하나 토가족의 풍습은 남녀쌍쌍들이 놀다가 남자 총각이 먼저 마음에 드는 처녀의 발을 되밟으면 만사는 오케이 안 밟으면

 

노우인데, 만약 발을 밟힌 총각이 마음이 변하여, 그 이후 반응이 없게 되면 , 총각은 벌로 그 처녀의 집에 가서 3년간 머슴살이를 해야 한다니, 정말로 한국 같으면 총각이란 총각은 모조리 머슴이란 꼬리표가 될 아찔한 풍속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어느 상점에서 물건을 팔려고 가까이 다가선 토가족 아가씨의 발을 살며시 밟았더니 순간 얼굴이 홍당무같이 붉어지면서 재빨리 도망가는 것을 보고 그 말이 지나가는 거짓말이 아님을 실증하여 고소를 금치 못하였다.

 

장가계 필수 관광 코스인 금편계곡의 평지도보 산책 관광은 수요사문(水嶢四文)이란 세 개의 계곡물이 합쳐지는 곳에서 주변에 널려 있는 수많은 기봉들을 관광하는 황홀한 꿈길이었다. 이 산책로의 돌길은 어느 홍콩 화교재벌이 희사한 것이라고 한다.

 

중간 중간에 관광객의 흥미를 돋우고자 몇 군데의 볼거리를 정해 놓았다. 그 하나는 한 뿌리로 부터 난 나무가 두 줄기로 나누어졌다가 다시 하나로 합쳐진 중환수 나무이고, 두 번째는 두 애인이 양쪽 끝에서 따로 따로 걸어와서 거의 중심부근에서 서로 만나 데이트한다는 십리상회(十理相會)라는 장소이고, 세 번째는 염료를 쓰지 않고도 파랗게 염색이 된다는 자초담(紫草潭), 네 번째는 음침한 잡목 그늘에 가려진 곳에서 만년 짝 짖기를 하면서 늠름하게 이 계곡을 바라보는 암수거북이 한 쌍, 그리고 만세에 이 계곡을 지키며, 칼같이 날카롭게 하늘을 찌르고 엄엄하게 솟아있는 이 계곡을 대표하는 금편암(金楩鞭) 등을 두고 말함이 틀림없었다.

 

장가계는 중국만의 소유물이 아니라 UN이 정한 세계 자연유산이라서 내 마음속에 얼마든지 이 풍광을 오래 간직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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