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 양 같은 사건, 이제 그만!

임명섭 충남신문 칼럼리스트/천안언론인클럽 상임고문

편집부 | 기사입력 2021/01/13 [17:25]

정인 양 같은 사건, 이제 그만!

임명섭 충남신문 칼럼리스트/천안언론인클럽 상임고문

편집부 | 입력 : 2021/01/13 [17:25]

 

 

정인이란 이름은 참 따뜻하고 예쁜 이름이다. 친엄마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정인이를 입양기관에 맡겼을 때는 행복하게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친엄마는 정인이의 소식을 들은 후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뽀얀 피부와 통통한 볼 살에 눈이 반달처럼 보이는 사랑스러운 아이 그래서 정인이를 복숭아라 불렸을지도 모른다. 활달하고 밝은 모습으로 웃으면서 컸어야 했는데 정인이가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졌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추모의 물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인이의 얘기는 소셜미디어에 오른 관련 게시물이나 국민청원에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또 정치인도 앞 다퉈 정인아 미안해하며 동참하는 등 추모 열기가 하늘을 치솟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선 이런 열기는 잠시 치솟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까맣게 잊히고 아무 성과 없이 끝나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정인이처럼 입양은 가슴으로 아이를 낳는 일이라는 말로 통했다.

 

요즘 세상은 자기 자식 키우기도 힘든 데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지 않은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우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입양아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부모가 자신과 혈연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는 상실감에 빗나가거나 친부모를 찾으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사랑으로 껴안는 것이 입양 부모이다. 이번 정인 양처럼 우리 사회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때가 흔하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아동학대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의 법안이 임기 내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국회에서 해당 법안들이 제때 통과를 시켰다면 오늘과 같은 정인양 사건을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권은 대형 이슈가 터질 때마다 관련 대책을 마련한다는 미명 하에 각종 법안들을 등장시켜 왔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교통사고 가해자 처벌 및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민식이 법을 비롯해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 대상을 확대하는 태호·유찬이 법’, 어린이 안전사고 시 응급조치를 의무화하는 해인이 법등이 대표적이다.

 

 

어른들은 이러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말로만 끝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난해 6월 천안에서 계모에 의해 7시간 동안 여행용 가방에 갇혀 있던 9살 어린이가 숨졌을 때도 정치권은 똑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뿐만 아니라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아동 학대 사건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으나 요란스럽게 재발 방지를 다짐했지만 그때뿐이다. 일회성 이벤트 같은 정치권의 행태를 보노라면 과연 아동 학대를 근절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한 해에 42000여건의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는 판에 신고하지 않은 아동학대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회의원들이 공범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법안이 만병통치는 아니다. 정치권에 사건의 책임을 씌우고자 함도 아니다. 다만 정치권이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달라는 것이다. 스스로를 방어할 힘이 없는 어린 생명이 쓰러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정인이 법8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는 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개정안 등 18건의 관련 법안을 의결했다. 정인이의 억울한 죽음을 계기로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관련법이 보강된 건 뒤늦기는 했지만 다행이다. 더 이상 제2, 3의 정인 양 같은 사건이 이 땅에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이제 아동 학대를 가정 문제로 치부하는 사회적 인식은 바꿔져야 한다. 더 이상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들의 참담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막아야 한다.

 

이번 사건도 신고를 3차례나 했으나 경찰이 아동 학대 같은 귀찮고 폼 안 나는 사건에는 손을 놓은 것이 잘못이다. 경찰을 믿고 더 큰 권한을 줘도 되는지 참담한 심경으로 묻고 싶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허점이 있고, 실행하는 경찰의 자질이 떨어진다면 소용이 없어 공룡 경찰이 허수아비가 될 수도 있다.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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