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기고] 학교매점은 학생 건강과 합리적 소비의 일석이조 교육장이다!

천안오성고등학교 교장 조영종

편집부 | 기사입력 2021/06/17 [16:55]

[기고] 학교매점은 학생 건강과 합리적 소비의 일석이조 교육장이다!

천안오성고등학교 교장 조영종

편집부 | 입력 : 2021/06/17 [16:55]

 

▲ 천안오성고등학교 교장 조영종


2019
9월 학교 내에 매점을 열었다. 매점 이름도 학생들의 공모를 거쳐 늘벗으로 정했다. 늘 함께 하는 벗처럼 자주 찾아서 건강한 먹거리로 배를 채우겠다는 의미 일 것이다. 오늘도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의 매점 앞은 학생들로 장사진이다.

 

20179월 이 학교에 부임했을 때 주변은 온통 과수원의 푸르름 뿐이었다. 그 어느 곳에도 학생들의 군것질 감을 구할 수 있는 슈퍼도 구멍가게도 없었다. 한창 성장기의 청소년들에게는 간식거리도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매점을 열기로 결정했다. 외부업체에게 입찰을 통해 학교 내의 장소를 제공하고 먹거리를 팔도록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먹거리의 질을 담보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예를 들어 입찰을 통해 연간 사용료로 4천만 원을 학교에 내기로 하고 들어온 업체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매점을 운영하는 사람의 인건비를 월 5백만 원을 잡았을 때 연간 6천만 원이니 도합 1억 원의 수입은 생겨야 매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고민 끝에 사회적협동조합을 택했다. 넓게 보면 학교는 사회고 학생들도 그 속에서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욕구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소비에 대한 욕구이다. 학교에서는 이것을 억누르기보다 적절히 제공해 주면서 합리적인 소비자로 성장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사회적협동조합 형식으로 매점을 연 것이다.

 

협동조합은 5명 이상의 조합원이 공동의 목표(욕구)를 달성할 목적으로 설립 운영할 수 있다. 물론 발생한 수익은 균등 분배할 수 있는 게 일반적인 협동조합이다. 그러나 사회적협동조합은 설립조건은 일반 협동조합과 같지만 수익의 균등 분배는 할 수 없고, 수익금이 발생하면 조합원의 후생복지나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봉사활동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사회적협동조합은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들에게 이웃에 대한 배려와 봉사의 소중함을 깨닫고 실천하게 하는 교육적으로도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라 판단되었다. 그래서 발기인을 모으고 정관을 작성하여 법인을 설립하고 인가를 받아 마침내 20199월 매점을 열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모든 일이 그렇듯이 매점을 열기까지 순탄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법원에 법인등기를 신청했을 때도 지역에서 학교의 사회적협동조합이 처음이다 보니 담당자마저도 처리 절차를 잘 몰라서 여러 차례 오가야했고, 교육부의 설립인가증도 생각보다 쉽게 나오는 게 아니었다. 마침내 세무서의 사업신고서를 발급받기까지 준비 기간을 빼고도 꼬박 9개월이 걸린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천안오성고 학교 매점인 늘벗은 문을 열었고, 오늘도 영업이 한창이다. 중요한 것은 아무것이나 판매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카페인 성분이 포함되어 있거나 소위 정크푸드(junk food)들은 법적으로 학교내 판매를 못하도록 되어 있지만, 그 외에도 학생들에게 먹이지 말아야할 불량식품들은 의외로 많다. 이런 먹거리들의 옥석을 가리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서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주로 친환경, 유기농 제품 등 그래도 믿을 만한 먹거리를 취급하는 업체와 거래를 하고 있다. 물론 일반 먹거리 보다는 단가가 비쌀 수 밖에 없지만, 이윤을 많이 남기지 않다 보니 시중에 같은 제품보다는 싼 값에 판매되고 있다.

 

다만 판매직원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매점을 하루 3시간만 열다보니 학생들의 불만도 있다. 앞으로 개선해야할 대목이다. 학생들은 말한다. “매점을 하루 종일 열었으면 좋겠어요”, “매점이 닫혀 있으면 웬지 기운이 안나요” 

 

사회적협동조합 학교매점 늘벗은 오늘도 목하 영업 중이다. 그 속에서 학생들의 꿈과 행복도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뉴스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