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금융기관에서 받는 대출원금에 어느 정도의 이자율이 적용되는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기준금리이다.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우리나라는 한국은행,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이 결정하는 것으로 모든 이자율의 기본 베이스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내가 받는 대출에 적용되는 이자율이 기준금리 더하기 몇 %라는 설명을 들었다는 문서를 반드시 남기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기준금리는 한 나라의 경기가 인플레이션이 우려될 경우 오르는데 흔히 한 번에 0.25%씩 변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를 베이비 스텝(baby step)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현재의 인플레이션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고 정부가 판단할 경우에는 변동의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빅 스텝(big step)이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 올리는 것을 지칭하며,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이란 기준금리를 0.75% 올리는 것을 말한다. 지난 9월 21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6월과 7월에 이어 세 번 연속 기준금리를 0.75% 올리는 조치를 단행하였다. 그 이유로 내세운 것은 바로 ‘인플레이션(inflation ; 일반 물가수준이 오르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로 미국의 현행 기준금리는 3.00~3.25%가 되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사람들(우리와 같은 서민들)은 갚아야할 이자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소비를 줄이게 되고, 기존 대출을 빨리 갚기 위해서 저축을 늘리게 된다. 소비지출이 줄면 물가 상승의 정도는 하락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는 효과가 있다. 이것이 정부가 기대하는 기준금리 인상의 주된 목표이다. 물론 경기침체 우려(이를 R의 공포라고 한다) 등과 같은 부정적인 측면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기준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갚아야 할 이자부담의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기업도 투자를 꺼리고, 경기가 침체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올해 4회 연속 기준금리를 0.25%씩 올렸고 또 올릴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 되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내세운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미국과의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2.50%이므로 같은 이유라면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역시 다시 조정될 예정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 정부 당국(한국은행)이 미국과의 금리 역전을 우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외화 유출에 의한 외환보유고의 하락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또 다른 외환위기가 우려되기 때문이며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베이비 스텝을 견지(바뀔 가능성도 있지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경기가 침체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소비의 부진 및 투자의 부진 등이 이러한 경기 회복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차후 한국은행이 미국과의 금리 역전 현상 해소와 경기 회복 중 어떤 측면을 더 중시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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