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최근 K-팝, K-드라마, K-영화 등 한류 열풍이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세계의 젊은이들로 하여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한국어로 따라 부르게 하고 있다. 한국 문화가 세계를 주름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어의 위상 또한 날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한글날에 TV로 방영된 영상을 잊지 못한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인터뷰하는 기자에게 외국어로 표기된 간판을 가리키며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분간이 안 간다고 말하면서 유감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카메라가 비추는 간판은 언뜻 읽을 수 없는 외국어였다. 오호, 통제라!
최근에 필자는 지인을 만난 적이 있다. 우리는 사는 지역이 시골이었기 때문에 시간을 정하고 장소는 어디 근처 카페라고만 했다. 필자가 정한 시간에 어디 근처로 갔을 때 새로 문을 연 카페가 있어서 전에 있던 카페와 나란히 카페거리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런데 새로 생긴 카페의 간판은 영어로만 표기되어 있었다. 지인은 “간판이 영어로만 쓰여 있어서 읽기 불편하다. 나이 든 어른들은 더 어려워할 것 같다. 이 카페는 젊은 사람들만 환영하나 보다.”하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필자 또한 지인의 말에 백 배 공감했다.
어쩌다 드라마를 볼 때면 배우들의 대화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언어의 역사성을 실감한다. 시대가 바뀌고, 존재했던 사회나 사물, 현상 등이 사라지면서 그것을 지칭하던 언어도 함께 사라지거나 새롭게 바뀌게 되는데 이것을 ‘언어의 역사성’이라 한다. (다음 백과) 21세기 최첨단 시대만큼 언어의 변화 속도도 빠른 것인가. 동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말의 의미를 깊게 생각해야 알 수 있을 때가 종종 있다. 가끔 문자나 카카오톡을 할 때 우리말을 줄여서 표기했을 때 그 뜻을 알 수 없어서 당황한 적이 있다. 나름대로 언어의 역사성을 따라잡으려고 줄여서 쓰는 우리말을 따로 정리해 두고 보고 있는데도 자꾸 생기는 신조어(?) 앞에 무릎을 꿇는다. 우리의 생활 속에 파고들어 우리말처럼 쓰고 있는 외국어도 부지기수다. 우리말보다 외국어를 쓰는 것이 더 유식해 보이고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
우리가 언어에 있어 문화 사대주의를 받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우수한 것으로 여기고 숭상하는 반면, 우리의 문화는 열등하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본다. 과거 우리나라가 중국의 문자나 제도, 학문 등을 우월한 것으로 받들면서 숭상했던 태도가 바로 문화 사대주의였다. 우리 문화에 대한 정체성과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고 본래의 고유한 문화를 유지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엄히 경계해야 한다.
언어는 인격(人格)이다.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최태호 교수님께서 역설하는 문장이다. 청나라는 자신들의 문자를 버리고 한족의 문자에 동화되어 한족의 문자를 쓰다가 자신들의 언어도 사라지고 만주족의 정체성도 사라졌다. 현재 남아있는 극소수의 만주족이 사라지면 지구상에서 만주족은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이스라엘 민족은 나라 없이 2천 년을 지냈어도 그들의 언어인 히브리어를 간직한 까닭으로 나라를 다시 만들 수 있었다.
프랑스의 학교 교육은 모국어로 쓴 시를 한 편 암송하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국어 교육으로 한국의 시를 백 편 외우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했던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있었다. 우리나라에 이주해 온 다문화 여성들에게 한국어로 쓴 시를 암송하고 낭송할 수 있게 지도하는 한국어 교육이 있다. 우리의 정서와 문화 그리고 역사가 깃든 고품격의 한국어 교육이라고 감탄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몇 편의 시를 암송하고 있다면 특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물며 다문화 여성들이 한국의 시를 한국어로 낭송하는 것을 더 말해 무엇하랴.
한국어가 경쟁력이다. 한류 문화의 중심을 굳건하게 잡고 세계의 문화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필자는 한국어를 전공하면서 한국어로 바쁘게 살 수 있는 미래를 꿈꾼다. ‘한국어, 그 순결한 언어로 / 내 아름다운 조국 / 대한민국을 노래하리라 (오세영 시, 노래하리라 일부)’ 시를 읊조리며 글을 맺는다. <저작권자 ⓒ 충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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