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역 정체성과 자긍심을 세계에 알리는 첫걸음 - 학생 교육과 일자리 창출에 엄청한 효과 기대 - 미래 세대에게 건네는 값진 문화유산이 될 것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은 ‘디지털 전환’이다. 교육, 산업, 행정 등 모든 영역이 디지털 기반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문화예술 분야 또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디지털 뮤지엄(Digital Museum)’이 있다.
디지털 뮤지엄은 첨단 정보기술을 활용해 문화유산과 예술작품을 디지털 콘텐츠로 구현하고, 누구나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미래형 박물관이다. 이제는 전시품을 유리장 속에서 바라보는 시대를 넘어, 디지털 기술을 통해 보고, 듣고, 느끼며 ‘참여’하는 문화 향유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뮤지엄의 기능은 매우 다양하다. 첫째, 보존의 기능이다. 문화재와 예술작품을 디지털로 기록·복원함으로써 훼손이나 소실의 위험을 줄이고, 영구적인 보존이 가능해진다. 둘째, 교육의 기능이다. 학생과 시민들이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3D 스캔을 통해 역사적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학습함으로써 생동감 있는 문화교육이 이루어진다. 셋째, 소통과 확산의 기능이다. 디지털 콘텐츠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 어디서나 접근이 가능하므로, 한 지역의 문화가 세계인과 공유되고 공감될 수 있다. 넷째, 경제적 파급효과도 크다. 관광산업과 연계된 디지털 콘텐츠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지역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현재 세계 주요 국가들은 이미 디지털 뮤지엄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온라인 전시관을 통해 48만 점 이상의 소장품을 3D로 감상할 수 있게 하였고, 일본은 국립디지털아카이브센터(NDL Digital Collections)를 운영하며 전국의 문화자료를 통합 관리한다.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AI 기반의 맞춤형 전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국립중앙박물관의 ‘디지털 실감 영상관’, 국립현대미술관의 ‘MMCA 디지털 아카이브’ 등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러한 시도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충청남도에는 아직 제대로 된 디지털 뮤지엄이 없다.
충남은 역사와 문화의 보고(寶庫)이다. 백제의 찬란한 문화유산, 독립운동의 정신, 전통공예와 민속문화 등은 세계적 가치가 충분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세계에 알릴 시스템이 부족하다. 이제 충남은 디지털 뮤지엄 건립을 통해 지역문화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열어야 한다.
그렇다면 필요한 예산은 얼마나 될까? 중·대규모 규모의 디지털 뮤지엄을 건립하는 데에는 건축비 약 300억 원, 첨단 장비 및 콘텐츠 구축비 약 150억 원, 운영 초기비용 및 시스템 유지비 약 50억 원, 총 500억 원 내외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일부는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나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 지역혁신플랫폼 사업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으며, 민간기업의 후원과 지역대학의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재원을 분담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투자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충분히 회수 가능한 문화적·경제적 투자다. 디지털 뮤지엄이 본격 운영되면 연간 1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고, 기업이나 다른 지자체에 대관하여 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 지역 관광지·숙박·음식업 등 연관 산업에 최소 연간 300억 원 이상의 경제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전시와 체험 중심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 지역 예술가·청년 창작자와의 협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콘텐츠 산업 육성이라는 부가가치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디지털 뮤지엄은 문화의 미래를 준비하는 지식 인프라다. 백제의 궁궐과 사비성의 모습을 가상현실로 복원하여 학생들이 직접 탐험할 수 있고, 독립운동가의 생애를 인터랙티브 영상(상호작용할 수 있는 영상)으로 체험할 수도 있다. 충남의 전통예술과 생활문화를 디지털로 기록해 전 세계에 공개한다면, 지역의 문화브랜드 가치는 한층 높아질 것이다.
또한 충남의 대학, 연구기관, IT기업, 예술단체가 협력해 디지털 콘텐츠를 공동 개발한다면, 지역 산업 생태계가 활력을 얻고 청년층이 지역에 정착할 기반도 마련될 것이다. 단순한 전시공간을 넘어 교육·관광·기술이 융합된 창의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는다면, 그 가치는 투자비용을 훨씬 상회할 것이다.
지금은 ‘보존과 향유’가 공존하는 시대이다. 과거의 문화유산을 미래 세대와 공유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이 필수적이다. 충남이 앞장서 디지털 뮤지엄을 건립한다면, 이는 단지 한 건물의 세워짐이 아니라, 지역문화의 새로운 도약이자, 미래 세대에게 건네는 값진 문화유산이 될 것이다.
이제 충남이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충남에 디지털 뮤지엄을 설치하자!” 그것은 문화의 미래를 여는 길이며, 지역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세계 속에 알리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조영종(충청남도교육삼락회 상임부회장. 교육환경운동가. 전 한국국•공립고등학교장회장. 전 한국교총수석부회장. 전 천안오성고 교장. 전 천안부성중 교장) <저작권자 ⓒ 충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칼럼·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