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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백마 탄 왕자의 실종

공주교육지원청 교육장 유영덕

편집부 | 기사입력 2017/10/16 [10:04]

[기고] 백마 탄 왕자의 실종

공주교육지원청 교육장 유영덕

편집부 | 입력 : 2017/10/16 [10:04]
▲   공주교육지원청 교육장 유영덕
아들의 나이가 그새 서른이고, 딸아이도 그에 가깝다. 가끔씩 제 친구들의 결혼식이 있다며, 예식장으로 달려가는 뒤 꼭지가 영 불만스럽다. 두 녀석 다 적당한 가방끈을 메었고, 실업자를 면할 직업을 가지고 몇 년 간을 지내왔다. 어쩌다 결혼 의사를 묻는 제 어미의 면전에, 이 직장에 쌓아 둔 재산도 없는데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쏘아붙인다. 요즈음 젊은이들의 사랑이 어쩌다 이렇게 재단되었는지 무서운 생각이 든다.

시간을 걷어내 보면, 우리 때의 사랑은 콩깍지가 씌이면 결혼해서 어떻게든 잘 살아내는 게 순리였다. 하지만 내가 시작한, 3만 원짜리 사글세 신혼방도 이제는 글쟁이의 화제감이 되었다. 근래에는 젊은이들의 사랑까지, ‘이 사람을 선택하면 손해 보는 것은 아닐까?’ 하며 천칭을 들이대는 것 같아 못내 아쉽다. 조건이 맞으면 그 때부터 사랑하겠다는 심산인 듯하다. 그러니, 결혼을 통해 일방적 신분상승을 꿈꾸던 백마 탄 왕자는 현실에는 없는 소설 속의 설정이다.

어디에선가 올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순수녀들은,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백마 탄 왕자는 오히려, 공주와의 결혼을 통해 처가의 덕을 보기 위해 떠돌아 다녔다는 것이다. 그래도 신데렐라와 같이 순수 로맨스를 매개로 한 신분세탁의 스토리는, 모든 이에게 ‘막연한 기대감’이라는 선물을 준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짜릿한? 인생역전이라는 것은 복권에서나 기대해야 되는 세상이 되고만 것이다.

복권의 횡재로 인생이 바꾸었다는 사연 또한, 내 주변에서는 보았다는 사람도 드물다. 오히려 복권의 행운을 기대하던 소박한 바램이, 기형적 진화를 거쳐 억대를 주면 감방에도 가겠노라는 젊은이들까지 생겼다. 이런 경망에도 기성세대의 쓴 소리는 염치가 없다. 최저생계비 쟁취를 위하여 머리띠를 두르는가 하면, 일당이 수억 원이라는 황제노역도 인터넷에 떠돈다. 시대를 같이하는 이 아픔들을, 흑수저 금수저의 단면이라 표현하기도 어줍지 않다.

이렇게 넘쳐나는 걱정 속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은 결혼 적령기를 놓쳐가고 나라는 저 출산문제로 허덕인다. 떠도는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3명으로 230개국 중 126위라 한다. 얼마 안가 벌어질, 우리나라의 실상을 생각하면 참으로 혀를 찰 노릇이 아닌가. 하지만 오늘도 젊은이들은, 혀를 찰 시간을 아껴 직장을 구하고 집을 장만해야 한다. 찾아오지 않을 막연한 왕자의 꿈은 접는다 해도, 상대가 누구든 천칭에는 올라앉아보아야 할 것이 아닌가.

결혼해서 희망을 줍고 살아가며 사랑을 다져왔다는, 기성세대의 선 굵은 잔소리는 젊은이들에겐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딸의 말에 의하면, 연애도 철없을 때나 하지 나이 먹고 결혼 생각하면 쉽지 않단다. 오래 전에 들었던 유행가 가사가 귀전에 맴돈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 사람 내게 훅 가버리게...’ 우리 집 아들딸도, 어쩌다 한 눈에 훅 가는 상대가 나타나서 결혼해야겠다고 떼쓰는 날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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