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연령으로 동세대를 살아온 나는, 그의 이야기에 폭풍긍정으로 빠져들었다. 우리가 어렸을 적, 오른 손에는 또 하나의 이름이 있었다. 지금의 사고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름 ‘바른 손’이다. 글을 쓸 때나, 숟가락질을 할 때에 왼 손을 쓰면 따끔하게 혼이 났었다. 나는 태생이 오른손잡이라서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왼손잡이인 나의 형은 사사건건 부모님께 혼이 나던 기억이 생생하다. 따로 부르지는 않지만, 왼손은 ‘그른 손’이었던 것이다. 물론 현재도, 문화라는 이름으로 식사를 오른 손으로만 하는 나라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문화의 이야기보다, 시대의 변천과 적응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오래 전, 오른 손을 바른 손이라 칭한 것이 그 시대의 문화라 한다면 탓할 수 없다. 도로 통행에 관한 것도 그렇다. 우리는 일제치하에서부터 시행해온 좌측통행을, 2010년부터 우측통행으로 바꾸었다. 바꾼 이유로, 교통안전의 효율성을 들고 있지만 세월에 따라 판단기준이 달라진 것임에 틀림이 없다. 달라지는 제도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가지만, 생활 속에서 관습으로 굳어진 사고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어떤 때에는 새로운 것에 적응을 못하여, 구세대라는 명찰을 얻어 달기도 한다. 그들의 특징은, ‘우리 때는 다 그랬다.’거나 ‘배를 곯아봐야...’ 하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한 가지 예로, 예전엔 쌀 살 돈이 없어서 보리를 사먹었다면 이해가 되겠는가? 배고팠던 세대에겐 쌀이 특별한 의미로 남아있지만, 현실에서의 보리는 값비싼 영양식이 된지 오래다. 이제, 오른손을 바른손이라 부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나를 돌아보는 일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세대에는 나이가 없다고 한다. 나이가 많아도 생각이 새로우면 신세대요. 적은 나이에 사고가 고루하면 구세대인 것이다. 혹시 나도 새로 만들어져 통용되는 도량형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잣대를 들이댄 적은 없는지 돌이켜볼 일이다. 나이가 들고 지위가 높아질수록 오래전에 자신이 만든 자를 버려야 한단다. 척도가 달라졌거나 이미 거꾸로 재어야 되는 세상이 되어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저작권자 ⓒ 충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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