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산을 에워싼 나무들은 저마다 수 십 년의 나이테를 품고 있었다. 주변 이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적어도 50년 전 어떤 이는 앞을 내다보고 이 나무들을 심었던 모양이다. 그가 자신의 생전에 이 장관을 보았는지는 몰라도 50년, 아니 몇 백 년의 앞날을 내다본 이름 모를 선각자의 혜안에 머리가 숙여졌다. 50년 전, 이 땅에 같이 존재했던 나는 무엇을 했던가? 하는 생각에 낯이 더워졌다. 저급한 것 같지만 이해가 빠른 예를 들어 본다. 친구들끼리의 대화에서, 옛날 이곳은 거저 줘도 안 갖는 땅이었는데 지금은 금싸라기가 되었다는 둥 그 때에 몇 푼 투자를 안 해서 부자를 면했다는 둥 부질없는 후회를 한다. 버려졌던 늪지에 주요 기관이 서고 골짜기 언덕배기에 아파트가 들어서며 경매 끝자락까지 주인 못 찾고 남아돈 곳에 백화점이 들어서기도 한다. 요즈음의 도시발달과 건축기술은, 상전벽해를 일상화 하고 있다고 해도 과하지 않다. 후회를 많이 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후회를 거듭할 뿐 시도가 없기에 그 허무한 아픔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10년 전에 이 땅을 사지 못해 후회를 하고 있다면, 그 순간 다른 땅을 사야만 10년 후에 같은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10년 전에 나무를 심지 못해 후회하는 자, 10년 전에 공부를 하지 않아 후회 하는 자, 10년 후를 위해 지금 할 일은 명확해졌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것이고,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에 후회가 많다고 하니 머릿속이 복잡하다. 인생은 우리에게 수많은 결단을 요구하나, 앞뒤 재고 현실을 생각하면 시도가 결코 만만치 않다. 하지만 계룡산 암자에서 수 십 년의 내공을 쌓아도, 그 것을 펼치지 못하면 허송세월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운명을 논하며, 운 또한 찾아오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수십억 복권에 당첨 되는 행운 또한 복권을 사는 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던가? 그러니 복을 만드는 우선 조건은 시도이며, 시기는 지금이다. 어떤 이의 노랫말이 떠오른다. “내 나이가 어때서? 시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그동안 반복했던 후회들이 있다면, 10년 후에는 안 하셔도 되겠다. 지금이라는 명약이 있으니까. <저작권자 ⓒ 충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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