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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업무 직원을 로봇으로 대체해도 되겠다.

전) 한기대 총장 /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문형남

편집부 | 기사입력 2018/09/20 [11:55]

은행업무 직원을 로봇으로 대체해도 되겠다.

전) 한기대 총장 /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문형남

편집부 | 입력 : 2018/09/20 [11:55]

 충남신문 칼럼니스트클럽  문형남

  1. 어느 날 은행 창구에서 일어난 일

 

2018년 9월 11일 아침, 내 사무실 인근 ‘ㅇㅇ은행’에 가서 ATM으로 125만 원을 계좌이체로 송금하려고 했더니 한도초과라고 찍혀 나오면서 거래가 안 되는 것이었다.

 

은행 잔고가 340만 원이 있는데, 이럴 수가… 다시 계좌이체 거래를 시도해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은행 창구에 가서 그 사유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은행 창구 여직원이 확인해 봐주겠다고 했다. 얼마 전 새 통장을 만들었고 그 통장으로 그 전 통장의 돈을 모두 옮겼는데 그때 100만 원을 한도로 정했고, 그 내용을 내게 말해주었다는 것이다. 

 

내가 “입출금만 그런 줄 알았는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것을 풀기 위해서는 주민증 등 서류를 가지고 와서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고 한다. 

 

요즈음 보이스피싱 등 문제 거래가 많이 발생하다 보니 은행업무에 종전보다 엄청나게 많은 서류를 작성해야 하고 확인해보고 등등 번잡해져 버렸다. 

 

내가 “에이 짜증이 나서 그냥 현금거래하게 내 은행통장 잔고를 다 빼 달라”고 했더니 그러면 ‘ㅇㅇ은행’ 카드도 거래 정지된다고 말한다. 거기에 덧붙여 이제 ‘ㅇㅇ은행’ 통장 거래도 모두 끝나는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래, 그러면 서류처리 등이 귀찮은데 이 은행거래를 모두 끊지”라고 말했더니 아무 말없이 “그러세요”하면서 “신분증을 주시고 이 서류를 작성해주세요”라고 지극히 차갑게 사무적으로 서류를 내주고 처리해버리는 것이다.  

 

2. 은행업무는 이제 로봇으로 대체해도 되겠다.

 

최근에 와서 ‘제4차 산업혁명시대’라는 말이 많은 분야에서 회자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주 내용으로 일터에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고, ‘한국 고용정보원’에서는 로봇이 인간이 하는 일을 대체하게 되면서 2025년에는 우리 인구의 45%가 실업자가 된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도 있다. 

 

이러한 ‘실업 대중화’가 고용문제에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어떤 어떤 직종이나 산업이 우선적으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게 돼서 실업자가 양산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보고서도 내놓고 있다. 그중에 자동화 공장 생산직은 물론 사무직, 나아가 변호사·약사 등도 바로 실업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사실, 은행 창구 업무는 거의 ‘Routin'화 되어 입출금·계좌이체 등 많은 업무가 ATM으로 대체되었지만, 아직도 은행 창구에서 직원이 그 업무를 보고 있다. 

 

이렇게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게 되고 실업이 양산되어 걱정이라는데, 은행 직원이 그 은행의 거래를 끊는다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이 지극히 사무적으로 ‘그러세요’라면서 거래 폐지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3. 회사가 살고 발전해야 심각한 실업의 위험을 막는데

 

은행 여직원의 너무도 건조하고 사무적인 행태에 놀라기도 해서 내가 이렇게 물어보았다. 

“여직원은 ‘용역회사 직원이요?”라고, 물었더니 “아니요” 라며 나를 빠끔히 쳐다보는 것이었다. 기분 좋지 않다는 표정으로… 

 

만일 “거래 한도를 잘못 알아들으신 것 같은데, 미안합니다. 거래한도만 올리면 되는데요, 그 절차를 밟아들일까요, 현금거래는 불편하시잖아요. 우리은행을 오래 이용하셨잖아요, 신속하게 잘 처리해드릴게요”라는 말로 만류했다면 내가 그 은행거래를 완전히 끊지 않았을 것이다. 다음날 계좌이체를 해도 되는데 말이다. 

 

‘애사심’까지 들먹이지는 않겠다. 어깨띠를 매고 예금 유치한다고 거리에 나서기도 하면서 ‘친절하고 성의있는 한마디’로 은행 예금도 그대로 살리고 그래서 자기 회사가 좋아지는데… 제4차 산업혁명으로 3~4년 이후면 자기 업무가 로봇으로 대체되고 자기는 실업자가 된다고 하는데…

 

어쩌면 ‘자기 일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그 증표가 아닐까 싶다. 애정 없이 지극히 사무적으로 대하는 은행 직원, 감정 없는 기계가 대신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 확실하다. 

 

                                               전) 한기대 총장 문형남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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