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

천안오성고등학교 교장 조영종

편집부 | 기사입력 2020/12/02 [14:05]

[기고]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

천안오성고등학교 교장 조영종

편집부 | 입력 : 2020/12/02 [14:05]

 

▲ 천안오성고등학교 교장 조영종

지난해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의 대문호 푸쉬킨이 젊은 시절 살았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현실을 잘 노래했던 시인의 젊은 시절을 상상해 보면서, 그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를 떠올려 본다.

 

코로나19가 창궐하다 보니 슬프고 우울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우울증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다. 왜 안 그렇겠는가. 제때 입학과 개학도 이뤄지지 못하고 등교도 대면수업과 비대면수업을 주기적으로 오가야 하는 상황이니, 친구들과의 우정이 예전만 하겠는가, 운동장에서 힘껏 공을 차며 맘껏 소리쳐본 것은 또 언제 일이던가, 그렇다고 어른들에게 속 시원하게 이런 우울감을 털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거리두기 내지 개인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있는 시기인 것이다.

 

도교육청의 담당자의 확인에 따르면 예년에 비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청소년들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다행히 그들의 시도의 대부분이 불발로 그쳤기 망정이지, 성공했다면 끔찍한 일들이 부지기수로 발생할 뻔했다는 이야기다.

 

일찍이 푸쉬킨도 슬픈 날들을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들 오리니라고 노래했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그 조금의 슬픔과 고통을 참지 못한다고 탓할 일이 아니다. 최소한 생각있는 어른들이라면, 수능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에게 시험을 얼마나 잘 보았는지?”, “어느 과목이 몇 등급쯤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지?” 따위를 묻기보다는 그 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당분간 아무 생각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푹 쉬도록 권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하물며, 이모나 고모되는 어른이 조카를 만나서 위로와 격려를 한다는 생각으로 너희 아버지가 K대를 나왔으니 너는 S대는 가야지 않겠니?”, “우리집 장손이니까 최소한 SKY대는 나와야 하지 않겠니?” 등의 말로 그들의 심란한 마음에 부채질을 하지 말아야 한다.

 

소위 코로나 블루와 대학입시 시즌이 겹치는 이 연말연시는 누구라도 마음이 심란하고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시기이다. 이럴 때 우리 어른들은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상처받았을 청소년들에게 좀 더 다가가야 한다.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고, 그들에게 무엇을 묻고 따지기보다는 그들의 현실을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더하여 요즘 시대는 절대빈곤보다 상대적인 박탈감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해서, 다른 청소년들과의 비교를 하기 보다는 지금이 내 자녀가 나에게 와 준 것 자체를 축복으로 여기고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걸그룹이나 보이그룹이 대단한 인기를 누리는 것이나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들과 비교해서 내 아이에게 상처주지 말자. 내 아이가 기왕이면 건강하게 내 곁에 머물며 나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해 주고 있으니 이 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내 아이를, 내 이웃의 청소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부족함이 발견되더라도 성급한 마음에 나 때는 말이야를 연발한다고 해서 그들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그들을 존중해 주고 우리가 모범을 보일 때 그들도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자라날 것이리라고 굳게 믿자.

 

그들도 곧 모든 것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지나가 버린 것은 그리움이 되리니라는 시인의 말을 이해하게 될 테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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