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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법절차와 배제법칙

청현법률사무소 임상구 변호사

편집부 | 기사입력 2014/02/11 [16:03]

적법절차와 배제법칙

청현법률사무소 임상구 변호사

편집부 | 입력 : 2014/02/11 [16:03]
▲     © 편집부
“적법한 행위를 하라. 위법한 행위에 법률이 조력하지 않는다.”, “적법한 내용이라도 적법한 절차를 밟아라.” 이 말들은 사회생활에서 일반 사인은 물론 국가 공권력도 준수해야 할 말들입니다. 예를 들어, 갑이 을에게 ‘각서’를 증거로 내세우며 어떠한 행위의 이행 내지 금전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한다고 할 때, 문구상으로 을이 갑에게 이행할 의무가 있음이 분명하다고 해서 모든 의무가 법적으로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법률행위 내용이 사회적 타당성이 있고 적법해야 합니다. 각서를 쓴 전제가 반사회질서행위를 내용으로 하거나 탈법행위를 내용으로 하는 것일 때에는 법률은 조력하지 않습니다. 절차상으로도 갑이 을의 인감도장 등을 도용하거나 강제로 무인을 찍게 하였다면 을은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여 ‘각서’의 증명력을 배제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행정청이 어떠한 행정처분을 내릴 때, 수범자에게 어떠한 법위반 사실이 인정되고 재량의 일탈남용이 없어야 함은 물론, 행정절차법 등 법령에서 정한 절차를 준수할 것이 요구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내용적으로는 타당한 처분이라 하더라도 자칫 절차적 위법사유로 그 처분의 취소를 면치 못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현대법학에서는 내용은 물론 형식도 중요시되고 있음을 누누이 말씀드린바 있는데, 이를 두고 혹자는 “적법절차의 원리”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 기원은 영미법상 ‘법의 지배’, 대륙법상 ‘실질적 법치주의’ 등이 미국 수정헌법 등을 통해 계승되어 온 것이라 보셔도 무방합니다. 미국 수정헌법 제5조는 “누구든지 적법절차 없이(without due process of law) 생명, 자유 또는 재산을 빼앗기지 않는다.”고 되어 있는데, 19세기말부터 ‘절차(process’)가 적법해야 함은 물론 그 ‘내용’도 적정해야 한다고 선언해 왔습니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논의를 받아들여, 적법절차의 원칙은 형사절차와 관련된 헌법 제12조 제1항을 통해 헌법적 원리로 수용되었으나, 그 적용대상을 형사절차에 국한하지 않고 입법, 행정 등 모든 국가작용 전반으로 확대하였습니다.
 
그러나 적법절차가 중요한 것은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가장 심한 형사절차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할 것인데, 적법절차를 무시한 수사기관이나 국가에게 손해배상 등 민사적 책임이나,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형사적 책임만 부담시킨다면, 그로 인해 피해를 받게 되는 자의 인권이 충분히 보호되지 않게 되는 문제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증거법상의 배제법칙(exclusionary rule)입니다. 페어플레이하지 않으면 골을 넣어도 득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허위약속, 기망, 강요에 기한 자백진술은 증거에서 배제시킵니다. 사기나 강박,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에 준하는 것으로 이는 그 내용이 허위일 수도 있을뿐더러 방식 또한 위법하니 당연히 배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거나 변호인접견권을 무시하고 받은 자백진술도 배제시킵니다.
 
이러한 원칙을 자백배제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09조는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학설과 판례상으로 인정되어 왔고 2007년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의 신설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는 위법수집증거의 배제원칙을 명시하게 되었습니다(2008. 1. 1. 시행).
 
다만, 위법수집증거 중 자백진술 등과 같이 머리 속 생각과 혀놀림으로 변화무쌍하게 바뀔 수 있는 진술증거는 당연히 위 법칙이 인정되어 왔는데, 범행도구나 범죄취득물 등 성상이나 형질이 바뀌지 않는 비진술증거에 대해서는 한 때는 정의실현, 실체적 진실발견, 범인필벌의 관점에서 비록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도 증거능력을 부여하곤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대법원은 정의실현과 적법절차의 비교형량을 통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놓게 되는데,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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