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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권력이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천안언론인클럽 상임고문/ 임명섭

편집부 | 기사입력 2022/09/29 [10:11]

절대 권력이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천안언론인클럽 상임고문/ 임명섭

편집부 | 입력 : 2022/09/29 [10:11]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한 사람은 진나라 진시황제다. 그는 자기 권세를 오래 누리고 싶어 불사약을 찾으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50이라는 나이에 죽고 말았다. 진시황이 죽었을 때 태자 부소는 북쪽 흉노족을 막으려고 변방에 가 있었다.

 

그의 곁에는 어린 호해 왕자만이 있었다. 환관 조고는 승상 이사를 꼬드겨 진시황이 죽으면서 남긴 조서를 가짜로 꾸몄는데 그 내용은 이러했다. 황제 자리는 호해가 이어받고 부소에게 사약을 내려 자결케 한다.

 

효심이 강했던 부소는 이 가짜 조서를 그대로 믿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호해가 황제 자리를 이어받자 환관 조고는 권력을 잡았다. 어리석은 호해를 마음대로 주무르던 조고는 권력을 독차지하려고 승상 이사를 모함하기까지 했다.

 

폐하, 이사가 반역을 꾀하고 있사옵니다.” 결국 이사는 조고가 꾸민 음모로 목숨을 잃게 됐다. 정치적 맞수였던 이사가 죽자 진나라는 완전히 조고의 세상이 되었다. 조고는 승상 자리를 꿰차고 나라를 마음대로 뒤흔들었지만 그의 욕심은 그치지 않았다.

 

호해 황제의 자리까지 넘보던 조고는 하찮은 출신 때문에 신하들이 자신을 따르지 않으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기편이 몇 명일지 신하들을 떠보기로 했다. 하루는 그가 사슴 한 마리를 호해 황제에게 바치며 말했다.

 

제가 귀한 말을 한 필 얻어 폐하께 바치옵니다.” 그러자 호해는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허허, 승상은 농담도 잘하시오. 아무려면 내가 말과 사슴도 구별하지 못하겠소? 이건 사슴이 아니오?” 그러나 조고는 사슴이라고 하면서 신하들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똑똑히 보시오. 이게 사슴이오?, 말이오?”, 조고가 눈을 부라리며 신하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조고의 위세에 눌려 잠자코 있거나 말이라고 대답했다. 또 말이 아니라고 한 사람은 기억했다가 죄를 뒤집어씌워 죽여 버렸다.

 

그 뒤, 조고에게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뒷날, 조고는 끝내 호해를 없애 버리고 부소의 아들, 자영을 허수아비 황제로 삼는 악행을 저질렀다.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가 그 때 여기에서 나왔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우기듯 윗사람을 멋대로 주무르고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른다라는 뜻이다. 진실을 가리고 거짓을 일삼는 사람은 한때 떵떵거리며 사는 듯하지만 결국 벌을 받기 마련이다.

 

윗사람의 눈과 귀를 가리고 권세를 휘두르는 경우를 일컫는다.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행세한다는 호가호위와 비슷한 말이다. 아닌 것을 맞다고 우기는 경우에도 같이 쓴다. 최근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서 떠오르는 말은 지록위마라는 고사성어를 연상케 한다.

 

민주당이 행사하고 있는 입법 권력과 마찬가지다. 조고 앞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가 사슴을 말이라고 해도 틀렸다고 할 수 없는 것을 보는 듯하다. 조고의 거칠 것 없는 권력 행사는 민생 파탄을 가져오고 결국은 백성의 반란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절대 권력이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민주당이 법률 제·개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다수의석을 가졌다 해서 이를 국민이 부여한 권한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국민이 민주당에 입법독재권한까지 위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다수결 원리의 전제는 여 야간의 절충과 타협이다. 다수의 독재는 1인의 독재보다 더 무섭다. 민주당 의도대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대야당의 입맛대로 통과한다면 우리사회에 다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후진적인 병리현상이 판칠 것이 걱정이다.

 

이런 판국에 정권이 바뀌면서 여권이 겪고 있는 내홍은 정치 신인인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측근들이 '사익정치'를 한 데서 한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측근들이 대통령실에 밀어 넣은 자신들의 보좌관과 비서관들이 대통령을 위하기보다는 보스를 위해 일한 결과, 대통령실이 제대로 작동하기에 힘들게 했다.

 

대통령실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최근 대거 퇴출된 배경에는 윤 대통령이 믿었던 측근들의 뒤통수치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에 다시는 지록위마 같은 행태는 없어야 한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실책론을 부각하며 김건희 여사의 의혹을 집중 조명하는 반면 국민의 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시키고 있다.

 

지금의 정치권을 바라보면 지록위마라는 고사성어처럼 절대 권력을 쥐고 여야가 행사하고 있는 막가는 정치판으로 가는 느낌이다. 조고 앞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가 사슴을 말이라고 해도 틀렸다고 할 수 없다.

 

정치권의 삐뚤어진 독재가 무섭다는 사실을 지금의 정치판을 넘어보며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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