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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국경 앞에서 멈춰야!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천안언론인클럽 상임고문/ 임명섭

편집부 | 기사입력 2023/06/22 [11:21]

정치는 국경 앞에서 멈춰야!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천안언론인클럽 상임고문/ 임명섭

편집부 | 입력 : 2023/06/22 [11:21]

 

 

·중간 외교 마찰을 촉발한 건 싱 하이밍 대사의 외교 상궤를 벗어난 부적절한 발언으로 시작됐다. 주한 싱 대사는 지난 8일 중국대사관저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우리 정부의 대미 밀착 외교 기조 등을 비판해 논란을 일으켰다. 때문에 한·중 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싱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발언이 한·중간 외교 마찰로 이어졌다. 우리 정부가 싱 대사를 초치해 외교적 무례에 항의하자 중국 정부 또한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회동 형식으로 맞초치해 양국간 긴장이 고조되는 모양새로 변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 공조가 강화되면서 한·중 관계가 살얼음판을 걸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중간 고위급 대화 채널의 복원 시도 등 관계 개선 움직임이 일고 있었는데 다시 악재들이 이어지며 꼬이고 있다.

 

싱 대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한다는 데 베팅하고 있는데 이 일로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고 던졌다. 외교와 경제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우리 정부에 대한 협박성 경고로 읽히는 발언이 신호탄이 됐다.

 

게다가 생중계 사실을 알면서도 준비한 문건을 읽고 취재진에게 배포한 것은 한국 정부에 대한 의도된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본국과 교감 없이는 할 수 없는 행태라는 점에서 중국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 정부가 싱 대사의 발언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한·중 관계가 파탄으로 이어질 경우 양국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 없기에 파국으로 가지 않도록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 원래 외교사절의 본분은 주재국과 본국 사이에 틈이 벌어질 때 이를 메꾸는 것이 임무다.

 

 

그런데 싱 중국대사가 과격한 발언을 해 한·중 관계를 더욱 경직시키고 있음은 잘못이다. 요즘 중국 외교가 왜 이렇게 거칠게 나갈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선 싱 대사의 독설에 담긴 외교적 함축을 정확히 꿰뚫어볼 필요가 있다.

 

그냥 넘길 돌발적 독설이 아니다. 70여년 전 한국전쟁 당시 중국군은 불법으로 대한민국을 침략한 잘못도 있다. 중국이 인해전술로 38도선까지 밀고 내려왔을 때 미국의 도움이 없었으면 우리나라는 지도에서 사라질 뻔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금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이 트집 잡아 무역보복을 일삼는 일을 잊어서도 않된다. 이같은 중국의 늑대외교에 우리는 감정 대립이 아니라 차분한 강경·온건의 양면 전략으로 맞서야 한다. 이유야 어쨌든 두 나라가 파국으로 치달으면 서로가 심각한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한·중이 소모적 대결보다는 대화와 협력이라는 상생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1992년 수교를 맺은 한·중관계는 2016년 한국에 사드 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은 이후 또 한 차례 고비를 맞고 있다.

 

중국은 지금도 한국을 속국내지는 작은 나라로 업신여기려는 과거의 태도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2017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한때 중국의 일부였다고 한국을 소개해 논란을 빚은 것과 일맥상통한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리더 국가라면 그에 걸맞게 한국 정부에 사과하는 게 옳은 처사이지 일을 이렇게 키울 일인가? 외교가에서 이번 싱 대사의 발언과 중국 외교부의 무례한 태도에 대해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다는 평가가 왜 나오는지 중국 정부는 곱씹어봐야 한다.

 

 

'갈등의 상시화'는 한중 모두에 도움이 안 된다. 북한 도발, 미중 경쟁 등 지정학적 환경과 양국의 정치·경제 여건 변화로 이전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긴 어렵지만, 한중은 여전히 핵심 교역국이고 인접 국가로서 협력할 영역이 많다.

 

불필요한 마찰 없이 다양한 현안을 터놓고 협의할 대화채널 복원이 시급하다. 중국은 이번 갈등이 자국 외교관의 무례한 언사에서 비롯됐음을 인정하고 상호 존중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정부 또한 중국과의 경쟁·협력 병행으로 국익을 극대화하는 글로벌 외교 흐름에 동떨어지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중국의 도를 넘은 외교 공세에 총력으로 맞서는 와중에 우리 야당 의원들은 독자 교류에 나서 전선을 흩뜨리고 있다. 민주당은 중국의 책략에 판을 깔아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이용만 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볼 일이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여야 분열로 자중지란을 일으킨다면 자해 행위와 다름없다. 외교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민주당은 외교문제만이라도 당익보다는 국익을 앞세워 신중히 행동했으면 한다. 외교는 대외적으로 국가이익을 다투는 엄중한 일이고, 정치는 국경 앞에서 멈춰야 하는 법이다. 우리가 바로잡아야 할 대상은 다만 중국의 인식과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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