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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늘이기] 허와 실

천안다나힐병원장/다나메디컬그룹 대표 김용준

편집부 | 기사입력 2024/01/04 [10:43]

[의대 정원 늘이기] 허와 실

천안다나힐병원장/다나메디컬그룹 대표 김용준

편집부 | 입력 : 2024/01/04 [10:43]

 

 

의대 정원을 늘리면 명의를 쉽게 만날 수 있고 응급실 진료가 원활해지고 엄마들이 제일 걱정하고 있는 소아과 진료가 더 가능해지고 진료비는 더 저렴해질 거라 생각하십니까? 과연 그럴까요? 상식이 있다면 현실을 귀담아들을 수 있다면 답은 매우 간단합니다.

 

그런데 의대 정원 늘이기는 국가적 재앙이라고 의사들이 아무리 말해도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으며 의사들은 밥그릇 지키려 한다며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현 정부와 여야정치권이 모처럼 한 목소리로 이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단 하나, 국민의 80% 이상이 찬성하기 때문이지요. 의사들을 때리면 지지율이 올라가는 비이성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정부도 강력하게 이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지요.

 

개원준비하면서 1년간 지역 중소병원 응급실 과장으로 진료했고 이후 4년의 내과, 소아과 경영 그리고 이후 지금까지 재활요양병원과 지역 내과와 통합암병원을 10년 이상해 오니 많은 분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의료 현장의 실제 : 필수 의료, 지방 의료의 붕괴

의료 현장은 날로 험악해지고 있고, 교육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의 빈자리까지 메우느라 교수들, 봉직의들의 고생이 극심하고 개원가와 함께 필수의료와 지방 의료의 붕괴가 나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필수의료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더불어 그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진료하는 소아과의 경우에도 202310월 전국 409개 응급실 중 25개소는 소아응급환자 진료가 불가했으며 292개소는 제한적으로만 가능합니다. 시간·연령·증상 등의 제한 없이 24시간 상시 소아응급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22.5%92곳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진료가 불가능해지는 곳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 지역 유일하게 운영했던 순천향대학교 병원이 의사 인력 부족으로 소아응급의료센터를 폐쇄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지역 소아입원병원들은 위급한 상황에 보낼 수 있는 대학병원이 사라짐으로써 중증환자들의 입원이 어려워지고 또한 진료업무 과중으로 두손 두발을 들게 되어 연쇄적인 필수의료의 붕괴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의대 정원 확충은 분명 의료선진국인 대한민국의 의료체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나라가 망하는 길로 들어섰는데, 국민 설득이 시급한데, 대한의사협회의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고 그 흔한 토론회조차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의사 수는 정말 부족한거냐?

의사 수가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의사들의 지역별 분포, 전공별 분포가 문제입니다. 작금의 문제는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 의사부족, 소아과 응급진료의 문제, 응급실에서의 불완전한 의료전달체계가 문제이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해법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의료 접근성은 이미 세계 최고입니다. 의사 보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수도권 대형병원에 있는 의사 진료에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의료 쇼핑이 세계 1위라는 것입니다.

 

의대 정원 늘이기를 반대하는 게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때문인가?

앞서 말했듯이 필수의료와 지방 의료 개선에 아무런 효과는 없는 반면, 국가와 국민께 끼치는 피해는 즉시 나타나고 심각하고 비가역적인 피해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인데 주요 언론들이 국민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사회에 나오는 데는 8~10년 뒤의 일이며 지금 의사들의 밥그릇과는 무관합니다.

 

 

의대 정원이 늘면 의사 만나기가 쉬워지나요?

지금도 의료접근성은 최고인데 지금도 어려운 것은 상급병원 진료랍니다. 대학병원 교수, 응급실 의사를 만나기는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의대정원 확충 발표 이후 수련의, 교수들, 봉직의들의 병원 탈출, 이직, 개업이 봇물 터지듯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이미 진행 중이던 필수의료, 지방의료 붕괴속도에 의대정원 증가 발표에 엄청난 가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의대정원 확대의 허와 실

여러분 한 조사에 따르면 AI가 보편화되면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으로 꼽는 게 의사인걸 아시나요? 영상의학과, 병리학과 등 데이터만 넣으면 판독이 되고 의료 각 분야에서 AI, chatGPT에 의해 대체가능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비대면 진료와 함께 말입니다.

 

가장 먼저 AI에 의해 대체되어 가장 먼저 줄어들 직업이 의사인데 도대체 왜 의대 정원은 늘이려 하는지 국민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결정에 어찌 동의를 할 수 있을까요?

 

지금 필요한 것은 여러분들도 아실겁니다. 우리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소아 응급진료를 받을 수 있고 응급의료 전달체계가 잘되어 환자 뺑뺑이가 없어야 하고 지방병원의 필수진료가 확충이 되어 수도권도 지방도 제대로 된 진료를 받게 하려면 의대정원 확대가 해답이 아닙니다.

 

저자가 생각하는 지방의료 개선 방법은?

매해 탑5 병원의 외래 진료는 약 20%가 증가하여 일요일, 휴일 밤 12시 새벽 5시에 CT, MRI를 촬영하는 상황입니다. 이 수도권 쏠림 현상에 지방병원, 의원들의 쇄신과 노력도 필요한 게 맞지만 일차 의료 전달체계 개선 또한 필요합니다. 기침이 안낫는다며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들, 그리고 지역 병원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불필요한 서울, 수도권 진료를 막는 지방의료 유인책이 필요합니다. 지방의료에 인센티브, 지역 가산제, 세제 혜택 제공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균일하게 병상수를 감소하는 게 아니라 대학병원들이 수도권 병상수를 더 이상 늘리는 것을 억제해야 합니다. 수도권 병원들이 비수도권 환자들과 의료진들을 흡수하는 지금의 형국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준비도 되지 않은 채 미국 따라 하기를 하다 폭망한 지역 배분 정책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폐기된 의학대학원 제도입니다. 전 제도의 문제라는 것이지 의학대학원을 졸업하신 많은 의사 후배님들에게 다른 감정은 없답니다. 우린 같은 의사니까요

 

의학대학원은 수도권 학사들이 지방 의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다시 수도권으로 일터를 잡은 팩트로 지역 배분, 지방의료 관점에서 실패한 정책이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생각

답은 서울과 수도권에 있지 않습니다. 지방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진들과 지방에서 겪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답을 들어야 합니다.

 

의대생 늘인다고 소아과 의사가, 응급의학과 의사가, 흉부외과 의사가, 산부인과 의사가 늘어날까요? 지방의대 설립한다고 지방에서 일하는 의사가 늘어날까요?

 

의대생 숫자가 아닌 지방의료, 필수의료를 막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의료민주화가 당연하지만 지역 특례입학자들, 지역 장학금을 받은 자들의 지방자치별로 의무기간을 정할 수도 있고 필수의료 분야에 인센티브(사실 저수가정책에 인센티브란 말도 맞지 않지만)정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의사라는 숭고한 직업을 사랑해야 합니다. 저 또한 가정의학과 의사로서 응급실을 지켰던 그리고 지금도 응급상황에 뛰어들어 기도삽관을 하고 심폐소생술을 하는 의사로서 내시경을 하며 암을 발견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이 곳 지방의료를 지키고 일하고 있습니다. 대학병원의 의사들과 바이탈을 잡는 의사들은 투철한 희생정신, 사명감이 없다면 지속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의료인들의 얘기에 부디 귀 기울여 주세요. 의사라는 집단이기주의로 바라보지 마시고 여러분의 가족으로서, 여러분의 이웃으로서, 지역 사회를 생각하는 일원으로서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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