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출산이 행복한 나라!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천안언론인클럽 상임고문/ 임명섭

편집부 | 기사입력 2024/01/15 [07:22]

출산이 행복한 나라!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천안언론인클럽 상임고문/ 임명섭

편집부 | 입력 : 2024/01/15 [07:22]

 

 

독신세(獨身稅)는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게 특별히 걷는 세금을 말한다. 13세기 프랑스, 15세기 오스만제국에서는 독신세를 처음 도입했다. 17세기 영국에서도 25세 이상 미혼자에게 세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캐나다도 나이 든 남녀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면 그 부모에게 벌금을 물렸다. 현대의 기준에서 보면 개인의 의사를 무시한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서구에서 자유와 인권의 개념이 확산된 근대 이후 독신세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대신 20세기 소련 등 일부 동구권 국가에서도 '무자녀세'를 도입했다. 고대 로마에선 싱글들에게 독신세를 물리고, 심지어 상속까지 금지시킨 역사도 있었다. 이 역시 난임부부의 사정 또는 출산을 원치 않는 이들의 자유를 무시한 폭압적 정책이긴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는 1443년 세종대왕은 백성의 상소문에 따라 나이가 서른, 마흔이 넘도록 결혼하지 못한 백성들을 대상으로 한성부(서울)와 지방에서 일제히 실태조사를 벌여 결혼 적령기를 넘긴 이들을 파악했다만약 가난 때문에 결혼하지 못한 이들이 있으면 혼수를 지원토록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훈훈한 이야기다. 그러나 당시 상소문엔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논란의 소지가 큰 내용도 담겼다. 가난하지 않은데도 딸을 결혼시키지 않은 부모를 처벌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이는 훗날 순화돼 조선의 법전인 '경국대전''궁핍하지 않은데도 딸이 결혼시키지 않으면 가장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취지의 조항으로 반영됐다.

 

경국대전을 완성한 성종 역시 이런 이유로 전국의 노처녀를 전수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참고로 당시 노처녀의 기준은 25세였다. 조사 결과, 가난해서 딸을 늦도록 결혼 못 시킨 집에는 혼수에 보태라고 쌀과 콩을 내어줬다.

 

양반에겐 10, 양인에겐 5석씩이 주어졌다. 이후 영조 땐 지원 대상을 노총각으로까지 넓혔다. 당시 조선이 백성들의 결혼을 장려한 건 생산력과 군사력을 유지하려면 충분한 인구가 필요해서였다. 이런 인식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다현실도 인구의 감소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 나라가 위기에 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합계출산율이 최상위권인 멕시코,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등 개발도상국들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룩셈부르크, 핀란드, 스위스 등 부자나라들의 출산율은 하위권이다.

이들 나라도 출산 선진국의 높은 교육 수준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에서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살펴보면 아쉬움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7명로 밝혀졌다.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대체출산율은 세계평균 2.1명데 비하면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이여서 이런 추세대로 간다면 2700년쯤엔 대한민국은 사라진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저출산 또는 저출생의 직접적 원인은 결혼을 외면하는 것과 늦은 결혼으로 그에 따른 늦은 첫 아이 출산이 원인이다.

 

첫 아이를 40대에 낳는다 해도 둘째, 셋째 아이를 갖기란 하늘에서 별을 따야할 정도로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결혼한 부부들이 전셋집 하나 얻을 정도의 경제적 기반을 닦으려면 마흔을 넘겨야 되는 게 현실이여서 결혼과 출산은 엄두를 못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결혼 이후에도 자녀를 갖지 않는 젊은 부부들은 자녀교육비 마저 평생 등에 엎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출생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결국 국가소멸에 이를 거란 전망으로 개인들을 압박해도 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이다.

 

개인의 행복을 포기하거나 희생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면 개인의 행복과 출산율 반등이 모순되지 않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가 내건 슬로건처럼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저출산이 가져온 각종 경고음들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확실한 보상을 통해 출산이 개인의 행복 추구권을 저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난해도 어린이용보다 성인용 기저귀 판매량이 앞질렀다는 사실은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을 단적으로 입증해주고 있다.

 

성인용 위생깔개(매트)도 늘어나 증가 곡선을 그렸다. 또 출산저하로 전국의 유치원이 잇달아 문을 닫는 반면 어르신 요양 유치원인 '노치원이 부쩍 늘어났다. 우리 정부는 저출산에서 벗어나기 위해 2006년부터 300조 원 넘게 저출산 예산을 쏟아붓고도 효과를 얻지 못했다.

 

그래서 엉뚱한 곳에 돈을 썼다거나 대책이 중구난방이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무엇보다 정책의 목표가 뚜렷하지 않아 저출산 정책이 표류한 탓이 클 수 밖에 없기에 이제라도 현실적인 출산율 목표부터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뉴스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