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바보의 이야기 자서전을 읽고
인생은 고행이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있다 우리 여기서 “고행”이란 말 ”여행“이란 말로 한번 바꾸어 보자
인생은 여행이다! 더구나 사랑하는 너와 함께라면 인생은 얼마나 가슴 벅찬 하루하루일 것이며 아기자기 즐겁고 아름다운 발길일 거냐
나태주 ”인생은 여행이다“ 시의 한 구절이다. 시인의 말대로 인생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여행자라 할 것이다. 새로운 것을 개척하고 지나온 것을 기록한 책이 <자서전>이란 이름으로 많이 출판되고 있다. 특히 선거를 앞둔 요즈음 대부분 출마 예정자들이 책을 내고 출판 기념회를 갖는 것 같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과장하여 표현하거나 실현 가능성이 적은 미래 비젼을 제시하는 것이 많다는 필자의 판단이다. 그런데 며칠 전 고등학교 동창 오경승의 자서전 <청개구리와 멍청이 – 어느 바보의 이아기>를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꼼꼼하게 읽었다.
현재 월남에서 큰 기업을 경영하고 여러 곳에 교회를 세우거나 선교 활동을 지원한 내용이다. 수년간에 걸쳐 집필한 선거와는 전혀 관련 없는 600쪽의 방대한 자서전으로 우리 인생은 어려움과 난관이 있더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교훈을 주는 내용이다.
글은 2020년 1월 2일 새해 시무를 알리는 첫날 아침, 분당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수술실 모습에서 시작된다. ”푸른 가운에 비닐 캡을 쓴 의료진들이 분주히 수술을 준비하는 동안 겁먹은 듯 긴장했던 몸은 서서히 풀리고 내 머릿속은 텅 빈 채 아무 생각이 없다.
수술실로 내려오기 전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기에 담담히 내 운명을 그 분께 맡기고 또 한 번의 고비를 맞이한다. 늑막이 들어붙어 출혈 없이 제거하는 것이 결코 간단치 않다는 폐 수술을 앞두고 나는 만일에 대비해 밀봉한 유언장을 아들에게 맡겼다. 칠십 나이에 죽음은 두렵지 않았지만 내 유고시 처리해야 할 일들을 꼼꼼히 적었다.“
모든 것을 그분께 맡길 만큼 그는 신앙심이 깊었고, 월남에서 많은 교회를 세우고 선교를 해왔는데 5대 독자임을 명시한 그의 아들 증언을 들어 보자. ”일생의 반을 교회 선교에 힘쓰셨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좀 아이러니하지만 교회 세습에 반대해서 예배당에서 쫓겨나시고, 목사의 독단적인 행보에 일절 이해관계도 없는 분이 나서서 개혁을 외치시고... 흔히 우리가 지켜와 본 현재 교회들의 부조리한 부분에 굽힘이 없으셨다.“고 말한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오면서 많은 풍파를 겪는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를 어떻게 잘 극복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릴 수 있는 것인데, 친구는 하나님께 기도를 통해 해결방안을 간구하였고 실천하여 오늘의 큰 기업을 이루었다고 본다. 바보같이 우직하게 정도의 길을 걸어 온 그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
그는 중 고등학교 시절 모두 반장을 지냈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전교 학생회장 후보로 내가 반장으로 있던 문예 신문반의 N을 부회장 후보로, L을 총무부장으로 또 다른 L을 2부 총무차장으로 러닝메이트로 당선되었다. 그가 자서전에서 밝힌 대로 돌들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달 만나 교류하고 있고, 큰돌, 흰돌, 판돌, 청돌, 삼돌, 장돌 등 돌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몇 년 전 고희기념으로 <돌들의 여행>이란 공동 자서전을 함께 발간하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그의 삶은 역전의 몸부림이었다. 좌절을 뒤로한 불굴의 투쟁이었으며 절망의 끝에서 하나님의 기회를 맛본 승리의 삶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 역전의 몸부림을 통해 성공을 이루기 쉽지 않다. 나와 별 이해관계도 없는 일에 불굴의 투쟁으로 싸우기도 쉽지 않은데 그는 교회의 세습과 목사의 독단적인 행보에 대하여 투쟁했다. 어찌할 수 없다는 절망의 끝에서 하나님의 뜻을 믿고 결코 그를 놓지 않은 하나님의 은혜만을 믿고 승리의 삶을 살며 무에서 유를 창조한 그의 삶을 기억하고자 한다. 60여 년 동안 잘 다져온 돌들의 영원한 우정을 기원한다. <저작권자 ⓒ 충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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