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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존경받지 못하는 선생님

전 공주교육지원청 교육장 유영덕

편집부 | 기사입력 2024/02/27 [16:41]

[기고] 존경받지 못하는 선생님

전 공주교육지원청 교육장 유영덕

편집부 | 입력 : 2024/02/27 [16:41]

 

▲ 전 공주교육지원청 교육장 유영덕    

 

필자가 교육계를 떠난지도 5년이 되어간다. 요즈음, 간혹 현직에 있는 후배들을 만나게 되면 먼저 위로의 말을 전하게 된다. 작금의 교육 현장이, 교육활동침해행위조치기준이 고시로 시행되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선배님은 그래도 좋은 시절에 선생님 노릇을 하신 거예요.”후배의 말에 씨가 있다. 굳이 서이초 사례 등을 말하지 않아도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는 소식들은 걱정을 자아내기 충분하니 말이다.

 

현실이 여기에 이르니, 근래에 왜 선생님 존경의 풍토가 사라졌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내가 교직에 발을 디딘 40여 년 전만 해도 시골이라서인지? 모르는 동네 어른들도 먼저 인사를 건넸었다. 생각해 보니, 그 이유가 선생님은 동네에서 가장 많이 배운 사람이었다.

 

학부형 입장에서는, 글씨도 모르는 자녀를 학교에 맡기었더니 글을 줄줄 읽고 셈도 척척 했으니 그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자녀가 대학에도 가고 출세할 수 있다는 꿈이 생기게 되니 선생님은 그저 고마운 존재였다.

 

선생님 존중의 마음은, 전해지는 격언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군사부일체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들에서도 드러나듯 선생님은 존중의 대상 그 자체였다.

그런데, 언제부터 생각이 바뀌어 교사가 견제와 미움의 대상이 되었는지 40여 년에 걸친 변화를 반추해 보았다.

 

세월이 흘러, 최근의 학부모는 80% 이상이 대졸자이다. 더 이상 선생님은 고학력자가 아니니, 그의 말씀이면 무조건 옳다는 생각도 멀어졌다. 또 하나, 자녀가 서너 명씩 될 때는 큰 녀석이 공부를 못하면 둘째에게 기대한다는 이야기도 없어졌다.

 

한 자녀에게 올인하는 가정 또한 일반적인 일들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 자녀에 조부모가 넷이라는 이야기가 흔한 현실이 되고 말았으니 그만큼 자녀에 대한 기대는 절대적이다.

 

게다가 자녀 조기교육으로, 네댓 살이면 한글을 깨치고 웬만한 셈도 할 수 있으니, 혹 영재가 아닐까? 기대를 하게 된다.

하지만, 선생님 입장에서는 이렇게 자란 아이가 한 반 30명 중 25명쯤 된다. 이러한 연유로, 우리집 영재가 입학을 하고 나니 평범한 아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내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초기부터, 기대가 실망이 되니 어떻게 선생님이 고마울 수 있는가? 말이다.

 

이제는 교사 개개인이, 선생님은 존경받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할 때이다. 학생을 학생들로부터 존경을 받도록 헌신적으로 지도하며, 학부모로부터 신뢰를 쌓아가야만 비로소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결론을 말하면, 이제는 선생님이 존경받는 직업이 아니고 존경을 만들어 가는 직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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