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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스트가 난무하는 한국 민주제의 난망한 현실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정치학 박사 조상진

편집부 | 기사입력 2024/06/11 [09:01]

소피스트가 난무하는 한국 민주제의 난망한 현실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정치학 박사 조상진

편집부 | 입력 : 2024/06/11 [09:01]

 

대의제가 아닌 직접 민주제로 민주정을 꽃피웠던 고대 아테네에는 소피스트가 유행하였다. 그 뜻은 원래 지혜로운 사람이었는데, 자칭 나는 지혜로운 사람또는 타 칭저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함께 묶여서 불린 것이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궤변자로 낙인이 찍혀버렸지만, 토론 문화가 발달한 민주정치를 배경으로 활동했던 지식인 집단이기도 하였다.

 

이들은 정치철학, 수사학을 중심으로 웅변술을 익히는데 초점이 있었고, 의회나 재판에서 상대방을 압도하고 반박하지 못하게 만들어 유명 인사가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기술을 가르치고 큰돈을 벌기도 함으로서 성공적 삶의 표본으로 여겨진 것이다.

 

당시 아테네 민회(民會)는 강력한 권한을 휘두르게 되었고 솔론이나 페리클레스 등 유명정치인은 민회에서의 활약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들은 뛰어난 정치적 식견을 갖고 있었고 탁월한 언변으로 경쟁자들을 꺾었다. 이처럼 민회에서 활약하는 것은 성공한 삶이 되었다.

 

민회에서 모든 사안이 최종 결정되었고 최고 법정으로도 기능하였다. 따라서 아테네 시민이라면 누구든지 다른 사람을 민회에서 고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고발 당할 수도 있었다.

 

소피스트는 몸을 파는 남자를 지칭하기도 한다. 자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지혜를 팔고 상대방을 속이기 위해 말을 하고 돈벌이를 위하여 자신을 파는 것이다. 이처럼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궤변이라도 늘어놓았다.

 

따라서 유명한 소피스트들이 아테네로 모여들었고 정치는 물론 재판 등 말다툼에서 언술로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하고 승리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사회가 된 것이다.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은 당연히 변론술과 수사학을 공부하길 원했고, 사회적 출세나 정치적 방어가 필요한 사람들은 대체로 재산이 어느 정도 갖춘 유산계층인 경우가 많았다. 변론술 등을 익히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경제적 대가를 지불할 용의가 있었으므로 이 냄새를 맡은 사람 즉 소피스트들이 돈과 명성을 위하여 모여들게 되었던 것이다.

 

어느 날 한 청년이 유명한 소피스트를 찾아와서 배움을 요청하자, 당시 군함 1척에 해당하는 큰돈을 수강비로 요구한다. 그러나 청년은 지금 돈이 없으므로 먼저 가르쳐주면 졸업 후 선생님처럼 돈을 벌어서 갚겠다고 약속하므로 이를 승낙하고 모든 기술을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청년은 돈을 갚지 않으므로 결국 스승은 제자를 상대로 소송을 청구하고 말을 꺼낸다. “자네가 돈을 안 갚으니 재판해서 내가 이기면 돈을 갚고 내가 지더라도 약속한 돈이니 갚아라”. 그러자 청년은 제가 이기면 돈을 갚지 않아도 되고 제가 지면 선생님이 저를 잘 못 가르친 결과이니 돈을 갚을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 청년도 이미 소피스트가 되어 궤변을 늘어놓았듯이 이제는 아테네 전체가 소피스트들의 말장난과 궤변으로 사회적 혼란에 휩싸이면서, 소크라테스 역시 젊은 소피스트들로부터 고발을 당한다. 죄명은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나라의 신을 믿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대철학자이므로 얼마든지 변론 가능하였겠지만, 이미 중병이 걸린 정치 현실을 자탄하면서 순순히 독배를 받고 71세의 나이로 세상에서 사라졌다.

 

현재 한국의 정치 현실에서 본다면,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들로부터 탄핵을 받았고 결국 탄핵이 받아들여지면서 사형선고를 당했다. 이뿐만 아니라 인접 국가인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개선한 장군들도, 낙오된 병사들을 챙기지 않았다는 죄목을 씌워 고발을 당하여 사형되고 유능한 장군들이 모두 제거되어 버렸다. 그 이후 과두정(寡頭政)인 스파르타가 일으킨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는 지휘관이 모자라 결국 아테네는 패전하고 패망의 길로 들어선다.

 

비록 2,400년 전 서양사이기는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특정 사건들에 있어서도 여야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검찰이나 판사들의 행태들은 진정한 정의(正義)를 구현한다기보다는 탄핵 또는 특검이라는 기술을 남용하고, 자신들의 안위나 출세 등 돈벌이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테네의 소피스트들 역시 초기에는 민주정에 걸맞은 토론 문화를 발전시키기는 하였지만 결국에는 지혜보다는 궤변으로 변모되어 패망으로 귀결되었다는 관점에서, 한국 정치도 소피스트들이 난무하는 어둡고 난망한 현실이라는 진단도 가능하다.

 

특히 진보성향 정치인들의 도덕(道德)적 불감증 현상이 심각하고, 형사사건에 있어서 일부의 검찰 간부 또는 재판부 판사들의 불공정한 사건처리 역시 모두 말기 소피스트들의 궤변과 닮아있다고 보는 것이다. 공정을 잃은 정의나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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