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으로부터 <이야기가 있는 디카시>란 시집을 선물 받고, “디카시”란 생소한 단어에 필이 꽂혔다. 내용을 확인해 보니, “디지털 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해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로 표현한 시를 일컫는 말”이라 한다.
2004년 경남 고성 출신 이상옥 시인이 인터넷한국문학도서관의 개인 서재 연재 코너에 그 말을 처음 쓰고 디카 시집을 내면서 알려졌다 한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시를 실험한 것이 지금은 각종 공모전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디카시 선풍이 일고 있다고 하니 그동안 너무 모르고 있던 것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디지털카메라가 우리 일상의 한 부분으로 스며들어 필수품이 된지도 오래 되었다. 지금은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에 대하여 모르면 “문맹”이라 한다. 다양한 기능을 제대로 알기란 쉽지 않은데 대부분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보내는 것은 기본이기에 디카를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디카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손안의 작은 기계 하나가 우리의 눈이 되어 순간을 붙잡고, 기억을 이미지로 고정한다. 그런데 단순히 사진으로만 머물지 않고 그 장면에 짧은 시 한 줄을 쓸 때 사진은 더 이상 기록이 아니라 감정의 그릇이 된다. 이것이 바로 “디카시”의 매력이다.
사진은 보이는 것을 담고, 시는 마음에 비친 것을 붙잡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이다. 독자는 한 장면을 보는 동시에 그 속에 담긴 울림을 함께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필은 본래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글이다. 디카시 또한 같은 지향점을 갖고 있다. 있는 것을 꾸미지 않고 순간의 느낌을 즉각적으로 표현하는 짧은 울림을 남기기에 디카시는 현대인의 빠른 호흡에 잘 맞는 것 같다. 짧기에 더 깊어지고, 비워 두었기에 독자가 그 여백을 채워넣게 되는 매력도 있다.
디카시는 누구나 쉽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특별한 기교가 없어도 보이는 그대로 마음으로 느끼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담아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시인은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문장을 쓰고, 소설가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세계를 상상으로 안내하는데 디카시는 정직하게 보이는 그대로우리에게 보여 주니 단순하기도 하고 어렵지도 않은 것 같다.
긴 문장이나 화려한 수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진 한 장에 그 사진을 꿰뚫는 절제된 문장으로 순간에 담긴 마음의 울림을 잘 표현하는 것이다. 사진은 시의 눈을 열어 주고, 시는 사진의 입이 되어 서로를 보완해 주는 이미지와 언어가 만나는 새로운 장르이다.
그러므로 디카시는 모두의 문학이라고 불릴 수 있다. 사진이 자신만의 시선과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어렵지 않게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디카시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보고, 그것을 어떻게 느끼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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