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북 어느 작은 마을에서 발생한 70대 마을 이장의 성폭행 사건이 전국적인 공분을 산 적이 있었다. 피해자는 90대 할머니로 사건은 단순한 범죄를 넘어 지역 사회의 도덕성과 안전망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제기했다.
사건은 마을 이장 A 씨(70대)가 같은 마을에 거주하는 B 씨(90대 여성)의 집을 찾아가 성폭행을 저질렀다.
피해자의 딸이 어머니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집 안에 설치한 홈 캠을 통해 범행이 발각되었고, 경찰이 즉각 출동해 A 씨를 성폭력 혐의로 체포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A 씨가 마을 공동체에서 신뢰받는 위치에 있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사건이 알려진 후에도 반성보다는 30만 원을 합의금으로 제시하며 사태를 무마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경찰은 A 씨는 성폭력 혐의로 입건했고. 피해자는 극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바 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의 범죄를 넘어 지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노인과 같은 취약 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얼마나 허술 한지를 보여준 사례다.
최근 몇 년 동안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대전에서는 70대 남성이 8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는 등 전국적으로 유사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일부 사건은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심각성을 더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사회가 심화하면서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보호장치는 미비한 상태다. 특히 마을 이장과 같은 공적 역할을 맡은 인물들의 도덕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되어야 한다. 또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별도로 분류하고 이에 대한 법적 대응과 피해자 보호 지침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당국은 이 같은 노인 성범죄 사건을 단순히 한 개인의 범죄로 끝나지 않고, 사회 전체가 취약 계층 보호를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이 되어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모두가 그러하지는 않겠지만 일부 노인보호시설인 요양원이나 주간보호센터 등 잘 알려지지 않는 곳에서도 노인들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노인들은 한때 나라를 세운 역사의 산증인들이다. 지금은 나이가 많아 문 닫힌 공간에 살며, 신체가 쇠약해지고, 걷거나 말하지 못하며, 가장 기본적인 생활조차 타인의 도움에 의존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장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그 의존성은 소수지만 치명적인 경우 학대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단순한 방임을 넘어, 최악의 경우 성폭력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학대 등의 신고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특히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 만큼 충격적이여 심각하다. 가해자들이 주로 악용하는 점은 피해자가 스스로 신고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가해자들은 노인에 대한 성적 성향, 욕망, 혹은 낮은 적발 위험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안전해야 할 공간' 인 요양 시설 내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다면 피해자에게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남길 수 있다. 의사 표현이 어려운 고령 여성들이 성범죄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도 그렇다.
여성 단체를 포함한 시민사회 단체들이 나서 이들의 안전과 인권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이고 있는 이유가 이해가 된다. 노인 성폭력 사건은 증가하고 있지만, 다른 강력 범죄와 마찬가지로 충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둔감해지고 있어 안타깝다. 이런 사건들은 처음에는 신문 1면을 장식하던 보도가 점차 사회면으로 밀리고, 결국 기사화되지 않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범죄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단지 충격이 사라져 '조용히 정상화' 된 것처럼 보일 뿐이다. 우리는 결코 충격의 가치가 희미해지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노인 대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족부터 이웃, 사회 구성원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인을 존중하고 보호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또 감시체계 구축과 노인에 대한 범죄 예방 교육과 인식 개선, 그리고 정신적 지원도 필요하다. 노인 성폭력 사고는 타산지석으로 삼아 지역사회가 함께 노인 가구와 취약 계층 보호를 위한 관심을 기울이고 실질적인 치안 대책도 아쉽다.
아울러 강력한 처벌과 함께 보다 촘촘한 예방책과 안전망을 마련함으로써 다시는 이런 슬픈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통계청은 해마다 10월 2일 '노인의 날'에 발표하는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고령인구는 지난 2000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를 넘어 25년 만에 초고령 사회를 맞이했다.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기까지 영국은 무려 97년, 캐나다는 65년이 소요됐다. 20년 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해 노인인구가 30%에 육박한 일본은 36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고령화 진전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르다. 그만큼 노후와 노년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도 부족해 어려움도 많다.
우리나라의 고령 인구는 전체 20.3%인 1051만 4000명으로 나타났다. 보건사회부는 올해 '제29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100세가 된 2568명(남자 499명, 여자 2069명)의 장수 노인들에게 청려장을 전달했다. 지난해 100세 이상 인구는 8891명으로 집계됐다.
고령 인구는 늘어나지만 어떻게 무엇을 하고 살아 갈 것인지 노후가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여 서글픔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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