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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후 처벌보다 예방 중심 교육정책의 강화 절실 - 디지털 폭력 예방교육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학부모 교육, 가정방문을 통한 안내활동 병행돼야 - 놀이·체육 활동 활성화-학교폭력 예방에 큰 효과
학교폭력 문제는 어느 시대나 존재했지만, 오늘날 그 양상은 더욱 복잡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언어폭력, 따돌림, 사이버 폭력까지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피해 학생은 더욱 깊은 상처를 입게 된다. 그럼에도 학교폭력 대응은 여전히 가해자를 징계하고 생기부에 기록해 대학진학에 불이익을 주는 ‘사후 처벌’ 중심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폭력이 발생하기 전에 이를 막는 것, 즉 선제적 예방이다. 폭력 없는 학교를 만드는 일은 징계보다 예방이 앞서야 한다.
첫째, 학교폭력 예방의 핵심은 정서·인성 교육 강화이다. 공감·배려 능력, 분노 조절, 갈등 해결능력은 가르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는다. 모든 교과와 학급 경영 속에 감정 표현법, 상대 이해하기, 협동 활동을 통합한 참여형 수업이 확대되어야 한다. 역할극, 토론, 협동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은 서로의 감정과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폭력을 대신할 대화와 타협 방식을 배운다.
둘째, 위기 학생 조기 발견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학교폭력을 일으키는 학생 중에는 충동 조절이 어렵거나 가정환경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반대로 피해 학생은 조용하게 고통을 감내하며 도움 요청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담임교사, 상담교사, 보건교사 등이 참여하는 학생지원팀이 정기적으로 학생의 생활과 행동을 점검하고, 위험 신호가 보이면 즉각 상담과 전문기관 연계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학부모와 학교 간 신속한 의사소통 시스템을 구축하여 가정에서 나타나는 변화도 함께 공유할 필요가 있다.
셋째, 관계 중심의 학교 문화 조성이 중요하다. 학교폭력의 상당수는 관계 단절과 소외감에서 시작된다. 학급과 학교 차원에서 서로를 격려하는 문화, 협력과 공동체성을 중시하는 프로그램이 정례화되어야 한다. 월 1회 ‘학급 공동체의 날’을 운영하여 공동 프로젝트, 공동체 놀이, 캠페인 활동, 감사 편지 쓰기 등을 실천하면 학생 간의 신뢰가 쌓이고 갈등 발생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넷째, 또래 지킴이·또래 상담 활동 강화도 필요하다. 학생들은 친구의 작은 변화에 가장 먼저 눈치챈다. 또래 관찰 시스템을 통해 친구의 위험 신호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주고, 고립된 학생을 공동체 속으로 다시 데려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신고가 아니라 ‘함께 도와주는 문화’를 만드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다섯째, 디지털 폭력 예방교육 강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단체 채팅방 폭언, SNS 조롱, 사이버 따돌림은 오프라인 폭력보다 더 잔인하고 빨리 퍼진다. 따라서 정보윤리 교육, 사이버 폭력 사례 학습, 디지털 시민교육을 정규 교육과정 속에 포함해야 한다. 학교마다 스마트기기 사용 규범을 마련하고, 학생 스스로 온라인 행동의 책임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여섯째, 학부모 교육과 연수의 확대가 중요하다. 학교폭력의 조기 발견과 예방은 가정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학부모 대상 감정코칭, 자녀 의사소통법, 디지털 사용지도 연수를 정례화해 가정에서의 지도 역량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는 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학부모에 대한 교육인데, 필요하다면 가정방문 등을 통한 안내도 병행돼야 한다. 교원연수 또한 강화되어야 한다. 은근한 따돌림, 감정폭력 등 보이지 않는 폭력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성은 지속적인 연수를 통해 확립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생 참여형 규칙 만들기와 놀이·체육 활동 활성화가 학교폭력 예방에 큰 효과를 낸다. 학생 스스로 만든 학급·학교 규범은 준수율이 높고, 공동체 놀이와 신체활동은 관계 형성에 큰 도움을 준다. 또한 학교 주변 안전망 구축을 위해 지자체, 경찰, 청소년 기관과 연계한 지역사회 협력모델도 강화해야 한다.
학교폭력 예방은 어느 한 기관이나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학교·가정·지역사회가 함께 움직이고, 사전에 위기를 발견하여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질 때 비로소 ‘폭력 없는 학교’가 실현된다. 처벌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교육현장을 위해 이제는 모든 정책의 중심을 ‘예방’에 두어야 할 때다.
*조영종(교육학 박사. 충청남도교육삼락회 상임부회장. 교육환경운동가. 전 한국국•공립고등학교장회장. 전 한국교총수석부회장. 전 천안오성고 교장. 전 천안부성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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