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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어쩌다 이 지경이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천안언론인클럽 상임고문/ 임명섭

편집부 | 기사입력 2024/08/16 [08:27]

마약…어쩌다 이 지경이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천안언론인클럽 상임고문/ 임명섭

편집부 | 입력 : 2024/08/16 [08:27]

 

 

지난 4월에는 서울 강남 학원가에 필로폰이 섞인 음료가 배포돼 충격을 주더니 최근엔 대학 캠퍼스에 마약 광고전단이 마구 뿌려졌다. 공항세관 직원들이 마약 검색을 눈감아 줄 정도로 마약 밀반입과 유통 행태가 공공연하고 대담해졌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마약 청정국으로 알려졌던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한숨밖에 안 나온다.

 

   마약 투약으로 인한 범죄와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19년 버닝썬 게이트를 기점으로 타이틀이 위협받기 시작했다.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사건으로 마약으로부터의 안전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마약 공급은 한번 뚫리면 막기 쉽지 않다. 마약의 중독성에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정부는 이 뚫린 방어막을 다시 견고하게 세울 묘책을 강구 해야 한다. 최근 발생하는 범죄들을 보면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구나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중학생이 40대 여성을 납치해 성폭행하기도 했고, ·중학생 10여 명이 학생 2명을 집단 폭행하는 등 피의자 나이대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

 

   이런 뉴스를 보면 이들이 마약을 했나?’라는 과거에는 상상치 못한 생각들이 떠오르곤 한다. 다시 마약 걱정 없는 대한민국이 보고 싶다. 이제 우리나라도 마약 확산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우려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번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이른바 SKY대학) 학생 등도 포함된 동아리에서 마약을 유통하고 집단 투약하다 적발돼 충격을 줬다

 

   이런 상황들은 마약이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최근 실례로 연세대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 대학원에 재학 중인 A 씨는 대마로 시작해 케타민·필로폰 등 점차 중독성 강한 마약을 접했다. 게다가 텔레그램과 가상화폐로 마약을 사고 팔았다

 

   회원 중에는 로스쿨이나 의대·약대 준비생도 끼어 있었다. 유통과 투약 수법도 다양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수도권 지역 13개 대학의 300여 명으로 구성된 모임 회원 중 6명을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했다. 8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이들 중에는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을 고급 호텔에 초대해 집단으로 마약을 투약했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더 심각한 것은 주범이 연합동아리 회장으로 연세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사회 지도층이 될 가능성이 큰 부유층 대학생들의 일탈이 어디까지 갔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우리 사회에 마약 안전지대가 무너졌음을 다시 한 번 확인케 했다. 얼마 전에는 서울 홍익대 주변에 마약 판매 광고가 뿌려지고, 한 여중생이 마약 투약으로 실신해 어머니가 신고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인천의 고 3학생 3명은 텔레그램을 통해 수억 원대의 필로폰을 구한 뒤 중간 판매책을 통해 유통하기도 했다

 

   청소년과 20, 30대 등 젊은 마약사범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좀 벌레가 파먹도록 방치하는 꼴이 됐다. 정부는 2022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마약사범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국내 마약 인구를 약 100만 명으로 추정하는 데 수사기관에 적발된 마약사범은 2%도 안 된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마약이 우리 사회 곳곳에 깊이 침투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그런대로 간신히 복원은 됐지만 아직도 역부족이다. 현재 마약 수사는 검찰, 경찰, 관세청 등으로 나뉘어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 마약단속국(DEA) 같은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단속과 처벌은 물론 예방·교육 등의 다양한 기능을 시급히 수행해야 할 때가 됐다

 

   과거 마약 청정국이던 한국이 국제적인 마약 카르텔의 각축장으로 전락했다. 영화에서나 보던 ‘10대 마약상이 현실이 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청소년, 대학생, 외국인 등을 가리지 않고 중독자가 폭증한 것은 정부의 마약 단속과 수사, 재활에 허점이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마약을 뿌리 뽑고, 중독 치료·재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사법당국뿐만 아니라 행정과 교육, 종교·사회단체가 힘과 지혜를 모으는 전 사회적인 마약 근절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마약 관련 범죄가 단속은 물론 처벌도 너무 약하다

 

   마약사범의 기소유예율이 20%에 달하고, 집행유예 비율도 40%를 넘을 정도다. 때문에 마약은 과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단속해야 잡을 수 있다. 일상에 스며든 마약을 방치했다가는 더 큰 비용과 대가를 치를 수 있다

 

    그리고 마약 중독자에 대한 예방과 치유, 회복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노력도 요구된다세계에서 손꼽히는 마약 청정국 중 하나였던 우리나라에서, 최근 몇 년 사이 갑작스럽게 마약 관련 범죄들이 급증하며 마약에 대한 접근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는 위험 신호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안타깝게도 많은 정치인들은 가 되지 않는 문제에는 무관심하고, 과도한 정쟁에 몰입하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중독 문제 치유와 예방 전문가들도 적극 양성해야 한다. 이는 세상의 쾌락, 특히 마약과 같이 극단적이고 중독적인 쾌락은 절대 불가능하다

 

 

   부디 이 시대 많은 길 잃은 영혼들이 이를 깨달을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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