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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보유세 법제화 시급하다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천안언론인클럽 상임고문/ 임명섭

편집부 | 기사입력 2024/10/14 [07:01]

반려동물 보유세 법제화 시급하다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천안언론인클럽 상임고문/ 임명섭

편집부 | 입력 : 2024/10/14 [07:01]

 

19세기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닭 여인'으로 유명했던 낸시 루스는 닭에 진심을 보였다. 반려닭 '에이다 퀴티''뷰티 린나'를 키우며 그를 대상한 헌시도 썼다. 닭들이 죽자, 비석을 세울 정도였다. 그의 닭 사랑이 담긴 내용이 아이비리그 브라운대 도서관에 작품 일부가 소장되어 있다.

 

시중에는 반려닭과 찍은 사진과 시집을 판매용으로 내놓기도 했다. 현재도 플라스틱 닭 인형으로 둘러싸인 그의 묘지는 지역 관광 명소라고 한다. 지도자의 반려동물 사랑은 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일본 에도막부의 도쿠가와 츠나요시는 개와 고양이를 묶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도 모자라 살생을 금하는 '생류연민령'1687년 반포하기도 했다.

 

죽은 개를 장례 치르는 것도 법제화했으니 '이누쇼군'이라는 별칭이 적확했다. 미국 백악관에는 특이한 동물을 반려동물로 둔 이들도 있었다. 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는 '레베카'라는 이름의 라쿤과 함께했다 1926년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에 초대해 달라던 지지자들이 대통령 가족에게 선물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쿨리지는 정치적 입지나 결단보다 동물과 관련한 또 하나의 용어인 '쿨리지 효과'로 이름이 알려졌다. 뒤를 이은 허버트 후버 대통령도 '빌리 포섬'이라는 야생주머니쥐를 반려동물로 키웠다. 이처럼 반려동물은 키워본 사람이 아니면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흔하다.

 

흔히 강아지를 보면 귀엽고 예쁘지만 직접 키워보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보인다. 키우기 전엔 가축이고, 키우면 가족이 된다. 삶의 축도가 바꿔지기 때문이다. 사랑스러운 가족이 된 후에는 강아지가 없으면 밥도 못 먹고, 강아지가 도와주지 않으면 산책도 어려우며, 혼자 병원에도 가지 못할 정도로 환경이 달라진다.

 

가족이 된 강아지를 돌보기 위해서는 저녁 약속도 줄이고, 매일 밤 산책도 나서게 된다. 삶의 축이 변해가고 있는 것은 가족이 아니고서야 불가하다. 강아지를 키우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돈도 들어간다. 배변 패드부터 사료, 그리고 갑작스레 발생하는 병원비까지 생각하면 강아지에게 쓰는 비용이 다른 가족보다 갑절이 들어간다.

 

다른 사람에게는 불편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짖지 않도록 유의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내 강아지와의 거리를 유지하는 등 조심한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가족이 늘어나자 국내에서 애완동물 보유세 도입 검토라는 설익은 뉴스가 등장하면서 논쟁의 중심이 된지 오래다.

 

이에 대한 찬반 의견도 쏟아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애완동물 보유세로 증가하고 있는 유기동물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이를 통해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전문기관 등의 설치·운영비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으로서는 강아지 보유세(?)의 신설을 환영하고 있다. 반려동물 문제는 세금을 통해 사회 시스템 안에서 자리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사회에 제도 개혁을 요구할 수 있고, 예비 반려인에게 더 큰 책임감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금은 민감한 문제다. 그러나 반려동물 보유세는 다르다. 큰 책임감을 요구하는 반려동물의 세계로 들어가는 작은 입장료이자 충분히 가치 있는 자격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론자는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빗발치고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부과돼야 하는데, 반려동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없는 상황에서 세금을 내는 것은 세금의 기본 정책에 반하는 접근이라고 반대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과세는 영국의 견세가 그 시초가 됐다.

 

1796년 영국에서 최초로 견세(犬稅)가 도입되었다. 영국의 견세는 유기견, 광견병, 사람을 공격하는 개의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징벌적 차원에서 도입됐으며, 일종의 종량제적 누진제로서 1마리를 키우면 2실링, 2마라는 5실링 그리고 3마리 이상은 마리당 5실링을 추가해 국세로 부과한다.

 

하지만 영국의 견세는 1987년에 폐지되었다. 우리나라도 19461015일 잡종세의 일종으로 견세가 도입되었다가 195162일 폐지됐다. 현재 반려동물에 대한 과세를 하는 대표적인 나라에는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이 있다.

 

한국의 반려견은 2천만 마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반려견에 세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독일은 반려동물 1마리당 13만 원-77만 원의 세금을 견주에게 부과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15만 원, 중국은 17만 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개도 세금 내고 복지를 누리게 한다는 게 포인트다. 아무나 개를 키우지 말고 책임지고 키워야 하며 사람들과 같이 대접받고 싶으면 동일하게 세금을 내야 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찬 반려동물 파와 비 반려동물 파 사이를 갈라치기 하지 않는 범위에서 견세 도입 여부를 제안한다.

 

최근 반려견 시대로 접어들자, 우스갯소리 같지만 우리집 서열은 아들이 1, 딸이 2, 마누라가 3, 강아지가 4, 고양이가 5, 나는 꼴등이다라는 어느 가장의 넋두리가 있다. 반려동물의 지위가 이 정도면 복지에도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의 복지를 위해서는 특수목적세로 반려동물 보유세는 논의의 단계를 지나 법제화되는 것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금이 세상을 바꾸기도 하지만 세상의 변하면 사회·문화적 환경에 맞게 세금도 바뀌는 것이 이치에 합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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