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오성고등학교 교장 조영종

2020년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기이다. 어떤 이가 2020년을 보내면서 SNS에 “지겨웠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라고 인사한 것을 보고 기꺼이 한 표를 보탰다.

학교의 한해도 저물어 간다. 제때 개학도 입학도 못 했고, 수업조차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오갔으며, 교육과정 상 기준시수까지 줄이고 평가조차 형식 갖추기에 급급한 경우도 생겼지만, 그래도 시간은 흘러 어느덧 12월 하순이다.

코로나 시기임에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큰 탈 없이 마무리되었다. 시도교육청마다 조금씩은 차이가 있겠지만,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전형 절차의 하나인 고등학교 지원도 끝이 났다.

이 한해의 끝에서 학생들의 진로진학은 과연 그 정답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자신의 적성과 희망을 고려하여 진로를 잡은 학생들도 있을 테지만, 가고 싶은 대학이나 학과는 따로 있는데 성적이 미치지 못해 원치 않는 학교나 학과에 지원해 놓은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후자에 속하는 이들에게 어떤 이는 말할 것이다. “그런 게 인생”이라고, “어떻게 세상사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만 되겠냐”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런 말로 위로하려고 하지 말자. 정작 그 당사자는 그보다 슬프고 비참한 현실이 또 어디 있겠는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공부라는 게 노력한 만큼은 나아지겠지만 누구나 잘할 수는 없는 일이고, 모두가 일등이 될 수도 없다. 그러나 희망과 적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목표가 세워진다면 그에 걸맞은 공부를 찾아서 하게 될 테니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두뇌도 좋고 성실한 데다가 가정 형편도 괜찮아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소위 일류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가 정작 자신의 전공과는 거리가 있는 직업에 종사하거나, 전공과 관련된 직장에 들어가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늘 아쉬움을 토로하다가 끝내 사직하고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경우는 적지 않게 보게 된다. 이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이들은 어쩌면 자신의 꿈을 좇아서 산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의 꿈을 대신 실현해 주느라 고생했던 건 아닌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도움 속에,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치며 숨 가쁘게 달려왔다지만 인생 전체를 의존할 순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독서와 체험학습을 통해 직업세계를 탐색하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재능을 찾아내야 한다. 사람은 목표가 있을 때 더욱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목표는 곧 삶의 동기이며, 자신을 더욱 노력하도록 채찍질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아직 목표를 세우지 못한 청소년이 있다면 이제 다가오는 새해와 방학 동안 자신을 탐색하여 삶의 목표를 세워볼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인전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독서도 좋고, 코로나 때문에 직접 갈 수 없으니 EBS를 비롯한 각종 방송이나 사이버상의 여행 관련 프로그램과 다양한 직업 관련 프로그램을 시청해 보길 권한다.

교사는 늘 청소년들의 진로진학에 어떻게 또 무엇으로 도움 주어야 하는지 고민하지만, 한편으로는 학생·청소년들은 자신의 진로진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늘 신경 쓰게 된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의 목표가 있어야 하고 이를 달성하려는 강한 의지도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님들도 막연히 “공부 좀 해라”라고 채근하기보다는 “너는 요즘에 무엇에 관심이 있어?”, “이 다음에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니?”, “무엇을 잘 할 수 있어?”, “그 일을 하는데 부모가 도와줄 일은 없니?” 부터 물어보고 대화를 통해 자녀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며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결국 인생 항로는 자신이 개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바다에서 선장은 별자리의 위치를 보거나 나침반을 보고 방향을 잡는다. 우리도 자신의 인생 목표를 바로 세우고 이 어두운 현실을 헤쳐나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