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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석방 없는 종신형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천안언론인클럽 상임고문/ 임명섭

편집부 | 기사입력 2023/08/24 [08:00]

가석방 없는 종신형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천안언론인클럽 상임고문/ 임명섭

편집부 | 입력 : 2023/08/24 [08:00]

 

무기징역과 종신형은 다르다. 무기징역은 기간을 정하지 않고 교도소에 복역하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20년 이상 복역한 사람이라면 가석방 신청 후 심사를 거쳐 가석방 허가가 가능하다.

 

종신형은 수형자가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무기한으로 교도소에 가두는 형벌이나 옥살이를 말한다. 무기형은 가석방의 가능성 여부에 따라 가석방을 할 수 있는 상대적 무기형(상대적 종신형)과 가석방을 할 수 없는 절대적 무기형(절대적 종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최근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묻지마 살인 범죄 때문에 법무부가 '형법' 개정안과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국회에 내놓아 관심이 높다. 제정안의 내용은 사형제를 폐지하면서(내지는 존치하면서) '가석방이 없는 종신형'을 법정형으로 둘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사형과 종신형에 대해서는 기존에 많은 논의들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처리되지 못했다. 사회에 가져올 많은 파장 때문이다. 최근 서울 신림역 칼부림 사건, 분당 서현역 칼부림 사건, 신림동 공원 성폭행 사건 등으로 '묻지마 살인'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본 법안을 다뤄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 제정안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제공하기보다는 법안의 역사, 기존 논의의 흐름을 살펴보고 합리와 상식에 기반한 판단을 얻고자 한다. 분당 칼부림 흉악범이 행한 10여명에 대한 살인 및 살인미수 행각만 해도 그렇다.

 

인간으로서 이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조현병 등 정신병력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어쨌든 피의자가 범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앞으로 법정에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범인은 법원의 양형기준에 따라 그 수위가 정해지겠지만, 사형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신된다. 범죄의 경중, 의도, 사회에 미친 피해가 매우 큰 사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97123023명의 사형수에 대한 사형집행 이후, 현재까지 사형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국제앰네스티도 우리나라를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사형집행을 못하는 것은 하나의 컨센서스가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것도 대통령이나 법무부장관의 의지가 어떠한 것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만일 우리가 사형을 집행한다면 우리와 주요 교역관계를 맺은 EU에서 우리를 '비문명국가'로 취급하고 이에 걸맞은 제재조치를 단행할 것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그동안(1996, 2010) 두 번에 걸쳐서 사형제에 대해 합헌을 선언했으나, 사회 여건이 많이 변해 앞으로 헌법소원에서 위헌을 선언할 가능성도 없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30년을 경과하다보니 사형수가 교도소 담장 밖을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집행시효' 문제다. 그래서 법무부가 이번에 형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무회의에 올려 국회로 보내기로 했다. 이처럼 사형이 유명무실화되다 보니, 사형이 가진 효과가 상실되고, 사실상 종신형과 다를 바 없게 된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종신형 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유기징역의 상한은 30(가중시 50, 형법 제42)이고, 무기징역의 경우는 10년이 지나면 가석방을 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법원에서도 살인 등 강력범죄자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해도 가석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사형 선고를 받은 범죄자를 사회와 '격리'하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이처럼 사형을 실질적으로 집행할 수 없다면, 사형을 대체해 종신형을 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종신형은 무기징역과 달리 영구적으로 가석방을 할 수 없게끔 범죄자를 사회와 격리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법무부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종신형도 문제점은 있다. 젊은 청년 범죄자에게 가석방 불가 종신형을 집행하는 경우, 다른 성인 수형자보다 훨씬 장기간 복역하게 되니 그 집행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 상당수 수형자들이 겪는 정신적 질병, 우울증, 퇴행현상 등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이처럼 사회와의 장기간 격리는, 사형수 개인을 유명무실한 인간으로 만들게 하기도 한다. 사형에 관련한 영화의 사례에서, 브룩스에 대한 종신형은 브룩스를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브룩스라는 한 인간을 사실 파멸에 이르게 했다는 교훈을 남기기도 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범죄자로부터 사회의 안전과 시민의 보호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그 범죄자의 인격을 파멸시키게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때문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장단점을 비교해 시민들의 판단을 구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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