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법의 규제를 받고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법치주의는 민주주의의 바탕이다. 명문법에 의해 국가권력을 통제하고 자의적 지배를 배제하는 것, 곧 법의 지배다. 입법부는 법을 만들고 행정부는 법을 집행하는 권력분립이 민주주의의 근본인 것이다.
법에 의한 지배는 법의 지배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개념이다. 법이라는 형식을 빌려 권력자가 정치나 행정을 좌지우지하는 일이 동서고금에서 벌어졌다. 외양만 법을 빌렸지 사실은 법치 아닌 인치(人治)되기가 일쑤다. 요즘 정치권을 보고 있노라면 그 한심한 양상에 할 말을 잃을 정도다.
여야를 불문하고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일신의 앞날만 생각하는 4류 정상배들의 정치놀음판의 모습은 국민을 절망케 하고 있다. 국민들의 정치 혐오증은 커지고 그 사이 대한민국의 국력은 추락하고 민생은 도탄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탄핵은 한국 사회를 심각한 혼란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위험한 시도이다. 때문에 탄핵은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로서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하며, 정치사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방적 독주의 탄핵 유혹에 빠지지 말고, 법과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탄핵은 모든 국민과 사회에 막대한 영향이 미치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과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우리나라에서 탄핵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시도부터이다.
당시 국회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를 기각했다. 이 사건은 한국 정치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실제로 이뤄졌으며, 이는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이 과정에서 촛불 집회와 같은 시민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됐고, 이는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탄핵이 남용될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의 효과를 잊지 못하고 있다.
거대 야당이 툭하면 ‘탄핵’을 언급하면서 여권과 정부를 겁박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인가 '무법천지'인가? 재판을 받고 있는 범죄자들과 피고인들이 4월 총선을 통해 대거 국회에 진출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범죄를 회피하는 법안을 발의하는가 하면 수사 검사들을 탄핵하는 등 국가의 사법권에 정면 도전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게다가 거대 민주당 등 야권은 대통령까지 탄핵을 거론하면서 압박하는 것은 헌정 질서를 흔드는 행태나 다름이 없다. 대통령 탄핵소추의 필요 의석수는 200석으로 범야권 192석을 앞세운 탄핵 겁박은 과도한 힘자랑으로 비칠 수 있다.
총선 압승 이후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 압박은 도를 넘고 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등 범야권 원내대표들과 연쇄 회동도 갖고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 등에 대한 협력을 다지기도 했다.
민주당은 당과 이재명 전 당대표와 관련된 “검사를 탄핵 소추하는 등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기도 하다. 탄핵이 진심이건, 단순히 경고장을 날리고 싶건 간에 사람들의 관심을 갖게 하고 있다.
민주당과 전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반대 쪽에도 탄핵발의가 무성하다. 윤석열 정부는 21명의 국무의원으로 구성됐는데 8명이 탄핵 위협을 받았다. 그동안 민주당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탄핵안은 통과시켰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은 두 번 철회하고 세 번 발의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헌정 이후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모두 7건이나 5건은 지난 3년간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다. 이번에는 전 민주당 이 대표의 수사 검사 4명을 무더기로 탄핵 소추했고, 판사 탄핵까지 꺼내 들고 있다. 이 정도라면 탄핵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피의자가 수사 검사를 탄핵하려는 비정상이 어디 있나? 검사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재 결정 때까지 수사 업무가 사실상 중지된다. 다른 검사가 수사한다지만 수사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이걸 노린 것이다.
이번 탄핵 대상이 된 검사들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대장동·백현동·성남FC·위증교사 등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주요 사건과 조국 사태 등을 수사해 온 베테랑 검사들이다. 국회는 탄핵 사유가 있는 검사 등에 대해 탄핵소추를 할 권한이 있지만 자신들을 수사한 검사들을 상대로 탄핵소추권을 남발하는 것은 사법 방해이자 자신들의 범죄 회피를 겨냥한 정치적 압박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탄핵의 기준은 엄격하게 판단해야 되기에 이번 검사 탄핵은 사실상 '이재명 방탄'을 위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 국회의원은 입법기관으로 민생에 직결된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 엄청난 권한을 갖고 있어 입법 로비의 표적이 된다.
사법부에 고위공직자를 수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공수처가 있는데도 입법부인 국회가 나서 탄핵으로 민주당과 야당이 나서는 것은 민주주의를 후퇴하는 처사다. 그래서 국민들의 비난 폭탄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탄핵이 특정인의 정치적 이득을 위한 도구가 될 땐 법치와 민주주의가 무너진다. 지금은 범죄자들이 국회의원이 되어 사법기관을 압박하거나 지배하려는 무법천지 세상이 됐다. 이런 국회의원이 선출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도둑이 몽둥이를 들고 경찰을 협박하는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이 정도면 올림픽 메달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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