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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흐려져 가는 ‘급식’의 의미 “밥은 곧 사랑이다!”

천안오성고등학교 교장 조영종

편집부 | 기사입력 2020/08/06 [12:14]

[기고] 흐려져 가는 ‘급식’의 의미 “밥은 곧 사랑이다!”

천안오성고등학교 교장 조영종

편집부 | 입력 : 2020/08/06 [12:14]

 

▲   천안오성고등학교 교장 조영종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시험기간이면 오전에 시험을 보고 점심식사후 귀가하도록 하고 있다. 무상급식인터라 학생들이 원하면 점심을 먹도록 해서 귀가시키는 것이 옳다고 보기 때문이다. 1학기 2회고사(기말고사)를 앞두고 점심식사 희망 조사를 해 보았다. 그랬더니 한 학년별로 400명 가까운 학생들 중에 50명 정도밖에 점심급식을 원하지 않는다고 조사되었다.

 

평소 급식에 대한 만족도가 96%선인 것을 감안하면 메뉴가 안 좋아서 이거나 맛이 없어서는 아닌 듯했다.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왜 점심을 안 먹고 가려고 하니?” 학생들은 빨리 집에 가고 싶어서요”, “가다가 군것질하려고요

 

그래서 급식은 너희들에게 주어진 권리인데 안 먹으면 아깝지 않니?” 라고 물었더니, “공짜라 아깝지 않아요”, “무상급식이잖아요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다시 학생들에게 너희들 점심값은 누가 내준다고 생각하니?” 라고 물어보았다. “학교요!”, “교육청이요!”, “나라에서요!” 라고 대답한다.

 

지난해 우리학교 학생들의 점심식사를 위한 식품비, 운영비, 인건비의 합이 154천만원 정도였다. 급식대상 학생 1,165명으로 환산해 보면 학생 1인당 13십만원이 넘는 액수다. 방학 두달 정도를 빼고 10개월 동안으로 보면 매달 학생 1인당 13만원씩의 급식비가 들어가는 셈이다. 이는 시설 유지비나 제세공과금 등은 포함하지도 않은 금액이다.

 

학생들중 급식을 신청하고도 그냥 하교하는 학생이 생기면 고소란히 잔반처리를 해야 한다. 그 잔반들은 다시 소정의 수수료를 내고 전문업체에게 처리를 맡겨야하니 이중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그런 학생들에게 소말리아 난민들의 배고픈 현실이나 나 때는 말이야하면서 어렵던 보릿고개 시절을 이야기한들 쉽게 알아들을 것 같지도 않다. 그렇지만 우리는 틈날 때마다 강조해야 한다. 그 밥 한 그릇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정성이 깃들어 있는지를 들려줘야 한다. 쌀미()라는 한자 속에 팔십팔(八十八)이 들어 있는 것은 바로 쌀 한톨을 생산하기 위해 농부가 여든 여덟 번 논에 나간다는 의미가 있다지 않던가.

 

쌀이나 채소 또는 생선이나 육고기들이 식당에 오기까지 과정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다시 푹푹찌는 주방에서 씻고 다듬고 조리하는 그 지난한 과정은 또 어떤가. 더구나 이윤을 남기기 위한 경제적인 마인드가 아니라 오직 학생들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학교장을 비롯해 영양교사나 조리종사원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지극정성으로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게 급식으로 제공되는 밥은 많은 사람의 사랑이 깃들어 있는 소중한 음식인 것이다. 그 음식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그 경제적인 원천이야 부모님들이 낸 세금에서 왔지만, 부모님 이외에도 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급식실 식판 위에 오른 밥 한끼를 감사한 마음으로 잘 챙겨 먹어야 한다. 밥은 사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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