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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배우 알랑드롱이 장례식에서 보여준 소박한 시민의식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정치학 박사 조상진

편집부 | 기사입력 2024/09/09 [10:54]

세계적 배우 알랑드롱이 장례식에서 보여준 소박한 시민의식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정치학 박사 조상진

편집부 | 입력 : 2024/09/09 [10:54]

 

 

프랑스에서 배출한 세계적 대()스타로서 영화계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 알랭 드롱(Alain Delon)을 모르는 기성세대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는 영화예술의 영원한 아이콘으로 불리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에 대해서 부정할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러한 그가 지난 8월에 8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알랭 드롱은 프랑스 영화가 아직 미국 할리우드에 밀리기 전인 1960년대와 1970년대 세계를 강타한 배우이다, 그가 출연한 대표적 작품들 태양은 가득히’ , ‘태양은 외로워’,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 ‘사무라이’, ‘볼사리노’, ‘조로등의 영화는 전 세계의 팬들을 매료시켰다.

 

따라서 세계 주요 언론들은 알랭 드롱의 죽음을 애도하였다. 미국 뉴욕타임지에서는 강렬하게 잘 생긴, 그리고 당대 최고의 영화 제작자들이 구애를 벌인 국제적인 대스타라고 죽은 자를 애도하였으며 뉴요커지 역시 영화 역사상 가장 잘생긴 남자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영국 BBC 방송은 살인자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사기꾼까지 어떤 역할이든지 관객들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라고 보도하였고 가디언에서는 잘생기고 최면에 걸린 듯, 영화계에서 가장 신비로운 스타 중의 한 명이었다라고 보도했다.

 

독일의 뮌헨 메르쿠르는 고마워요 천재라는 헤드라인으로, 프랑크푸르터에서는 치명적인 남자라는 비유로서 그에게 감사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이탈리아의 한 일간지는 위대한 배우이자 위대한 반동이라는 제목으로 그에게 감사의 글을 게재하였다. 스위스의 르땅은 프랑스 영화의 마지막 위대한 신화, 천사의 얼굴을 가진 진정한 터프가이로 묘사하였다. 스페인의 엘파이스는 비교할 수 없는 아우라를 가진 배우, 유명한 유럽 영화의 아이콘이라고 찬미하였다. 뿐만 아니라 일본 NHK 역시 영화 속 매력과 몸짓으로 우상화 되었다라고 평가하였다.

 

위와 같이 세계 언론들의 그에 대한 찬사는 절대 과도하지 않다. 프랑스 정부도 그에게 큰 감사를 표하며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크게 애도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알랭 드롱 본인은 국가적 장례식을 원치 않았다. 수년 전 그는 프랑스 2 TV의 한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자신이 죽으면 국가적 추모 행사 실행을 바라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진행자는 장례식을 과거 국민가수 샤를 아즈나보 또는 대배우 장폴 벨몽도처럼 국장(國葬)으로 치르기를 바라는지 묻자, “아니오 그건 아닙니다라고 크게 손을 저었다. “나는 다른 평범한 사람처럼 묻히고 싶어요. 당신이 언급한 그런 유명한 사람들처럼은 아닙니다

 

알랭 드롱은 소란스럽고 화려한 장례식보다는 조용하고 소박한 장례식을 원했던 것이다. 그가 원하는 대로 장례식은 지난 824일 그의 시골집 두시(Douchy)에서 간소하고 조용히 치러졌다. 파리에서 120킬로미터 떨어진 루아레 지역의 작은 마을이고 약 1,300명의 주민이 사는 아담한 작은 동내이다, 그는 그곳에 1971년 정착해서 집을 짓고 반려견들을 키우며 살았다. 그가 천국이라고 묘사한 이곳에서 그는 작은 교회를 지었는데 그 예배당의 장례식장에는 친족 등 50여 명의 조문객이 참석해 조용하게 그를 하늘나라로 보내주었다.

 

평소에 유명인의 모습보다는 소박한 소시민으로 살기를 원했던 알랭 드롱, 그는 두시의 오베르 뒤 때루아라는 조촐한 음식점에서 종종 점심을 먹었고 동내 약국이나 상점에서 쇼핑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때에는 산타클로스로 분장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선물을 나눠 주었다. 동내 주민들 중 그를 만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그는 요란한 대스타가 아닌 소박한 하나의 인간으로 살다가 조용히 사라지기를 원했던 것 같다.

 

따라서, 위와 같은 대스타의 소시민적 삶과 의식을 바라보며 우리 한국 사회에서의 장례문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전통 유교 문화의 잔재인지는 모르나, 벼슬이 높을수록, 가문 좋고 출세한 사람일수록 장례식이 거창해야 체면이 서고 세력을 과시하는 것처럼 한국 사회는 아직도 겉치레에 치중한다. 그러다 보니 서로가 부담을 주고 받게 되기도 하는 씁쓸한 현실 세태가 또 하나의 무거운 마음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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