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늘 아침에는 풀이 잘 뽑히겠네!” 마침 어제까지 내린 비로 땅도 촉촉하고 아침저녁 스민 찬바람에 벌써 풀뿌리도 힘을 잃고 있을 시기다. 망설일 틈도 없이 빳빳하게 고개를 치켜든 망초를 맨손으로 잡아당겼더니 싱겁게 쑥 뽑혀 올라왔다. 이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가방도 팽개치고 덤벼들었다. 몇 번의 동작으로도 목덜미에 땀이 흘러내렸고 옷차림도 작업을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아서 걸리적거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구름에 가렸던 햇살이 고개를 들이밀어 얼굴까지 따끔거릴 때쯤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단 한숨 돌려야 했다. 대충 흙먼지를 털고 가방을 챙겨서 사무실로 들어가자마자 물부터 한 잔을 마셨다. 농부가 한여름 땀흘려 일하고 새참으로 마시는 막걸리 맛이 이런 맛일지도 모른다는 생뚱맞은 생각이 스쳤다. 아직 아침 기운이 남아 있을 때 눈으로 찍어 둔 공간이라도 정리할 요량으로 다시 나섰다. 고맙게도 함께 풀을 뽑겠다며 여학생 세 명이 따라 와 주었다. 도란도란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어서 너무너무 좋았다. 신바람이 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 듯했다. 꽃나무를 가리고 잡풀만 무성한 상황을 보며 ‘주객전도(主客顚倒)’가 나왔고 쑥쑥 자란 쑥대를 뽑으며 ‘쑥대밭’ 이야기도 나누었다. 난생처음 풀을 뽑아본다며 뿌듯하다고 했고, 뿌리까지 뽑히는 풀을 한 움큼씩 쥐고는 스트레스를 뽑아내는 느낌이라고도 했다. 서툴고 힘든 일이었음에도 다음에 또 함께 하자고 말해서 더욱더 기뻤다.
학생들과 함께 땀흘리며 아침을 보내고 나자 문득 나는 괜찮은 교육자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 어느 곳에서든 어느 때이든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다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다. 40년이라는 짧지 않은 교직 생활에서 이제 정년퇴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니 너무 늦은 돌아봄일 수 있겠다. 하지만, 설령 먼저 알았다고 해도 정말 소신껏 교육의 본질을 추구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특별히 하나하나 예를 들 필요도 없이 교육 현장은 여전히 서로 다른 시각과 다양한 요구 속에서 조정과 변화의 소용돌이를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꽃밭이 내게 던진 과제 앞에서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뛰어들어 잡초와 씨름했듯이 교육 현장에서도 어설픈 걸음을 얼마나 걸었을지 모른다는 반성문을 쓴다. 남은 시간 동안 그저 계획한 일, 할 수 있는 일이나마 정성껏 실천하며 발걸음을 어지럽게 옮기지는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저작권자 ⓒ 충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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