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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위상(位相)

천안역사문화연구소장,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김성열

편집부 | 기사입력 2024/05/09 [08:50]

아버지의 위상(位相)

천안역사문화연구소장, 충남신문 칼럼니스트/ 김성열

편집부 | 입력 : 2024/05/09 [08:50]

 

 

어느 한 외국신문에 보도된 어느 해 한국 아버지들의 한 해 자살 통계가 2,248명이었다.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이다. 우리들이 세운 아버지 위상(位相)ㆍ위치(位置)ㆍ상태(狀態) 모양 형편을 그려본다.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는 시대와 함께 변한다.

 

내가 세운 아버지 상만큼 우리의 존재는 아버지가 평가되는 것이다. 뿌리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격하시키면 나 자신이 격하된다. 아버지를 높은 분으로 높이는 순간에 내 존재의 위치도 높아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같은 아버지의 이미지라는 것이 요새 와서 형편없이 땅에 떨어졌다.

 

아버지 이미지에서 우리는 공의와 선과 질서를 배운다. 그리고 어머니 이미지에서 사랑을 배우고, 은혜를 배우고, 자비를 배운다. 이렇게 배워서 한평생 그 배운 바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여기서 나의 운명이 결정된다.

 

어느 가정에 부모 속을 어지간히 썩이는 아들아이가 있었다. 말썽도 많이 부리고 공부도 안 하고, 걸핏하면 가출을 한다. 아이 어머니는 그저 괴로워하고 발을 동동 구른다. 그러나 그 아이의 아버지는 아주 태연하다. 아무 말이 없다.

 

그 부인은 남편의 이 말 없는 것이 더 속상하여 책임은 나 혼자 지는 가, 어째서 당신은 말이 없나, 그래도 아버지는 여전히 말이 없다. “아이가 또 나갔어요하면 그래? 그랬구먼하고, “돌아왔어요하면 , 그랬구먼할 뿐 도대체 말이 없다. ? 그 아버지는 그때마다 생각한다. 그 옛날 그 자신이 그의 아버지를 어지간히 속 썩였기에 그런 자식을 보면서 자기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전해지는 중국의 성인 공자와 제자인 증자의 한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친구 한 사람이 공자에게 증자의 효도이야기를 전했다.

 

증자가 어느 날 아버지와 같이 참외밭을 매는데, 실수해서 참외의 넝쿨뿌리를 끊어버렸다. 아버지가 이 따위로 하면 되느냐? 김맨다고 하다가 참외 한 그루를 통째로 죽였지 않은가호되게 나무라다가 때리기 시작했다.

 

증자는 생각했다. ‘나는 잘못했고 아버지는 화나셨으니 때리고 싶은 대로 때리십시오. 화가 풀릴 때까지 때리십시오하는 마음으로 고분고분 맞았다. 아버지는 급기야 몽둥이를 집어 들고 두들겨 팼다. 증자는 끝내 기절하고 말았다.

 

기절했다 깨어보니까 아버지가 화가 나 있다. 그는 내가 잘못한 것이려니 화가 풀어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때리세요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오히려 아프지도 않고 마음도 괴롭지 않다는 뜻으로 거문고를 치면서 노래를 불렀대요.

 

이 일을 두고 효도 아니냐 해서 얘기를 했더니 공자 저런 나쁜 놈!”하면서 당장에 증자를 불러다 앉히고 교훈한다. 너도 알다시피 그 옛날 순 임금은 효자였다. 어릴 적, 그의 아버지는 성깔이 있어서 걸핏하면 화를 내고 툭하면 때리는데 때릴 때마다 순 임금은 고마운 마음으로 맞았다.

 

그러나 때리다가 아버지가 몽둥이를 들었다 하면 잽싸게 도망을 쳤다. 왜 도망갔는지 아느냐, 내가 이제 아버지로부터 몽둥이로 맞아서 다치거나 상처가 나게 되면 그 다음에는 아버지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느냐, 얼마나 후회하며 아프겠느냐, 그 생각을 해서 도망쳤느니라. 어느 쪽이 효자냐? 너는 불효자다-하고 공자는 나무랐다.

 

때리는 사람 앞에서 나 죽여라하면서 맞는 인간, 그 인건은 맞아 싸다. 왜 때리는 사람 만들었나, 왜 나쁜 사람을 만드느냐, 이 말이다.

 

생각해 보자, 때릴 때는 재빨리 도망가서 때리는 사람을 착한 사람 만들도록 힘써야지 부모가 화났기로 화 풀릴 때까지 맞겠다고 대들다니, 이런 사람은 확실히 효자가 아니라 나쁜 사람이다.

 

우리들은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우리들이 세워 놓은 아버지의 위상(位相) 만큼 내 존재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아버지의 이미지에서 우리는 공적인 의식, 공의(公儀), () 사회의 규칙 질서(秩序)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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